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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연 Apr 18. 2024

나는 로또를 맞았다. 부모님 로또

가족 이야기

어제 저녁 아쳅토에서는 부모님 이야기가 나왔다. 엄마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룬 대화가 꽤 오래 흘러갔다. 자신의 고민, 이 사회 전반에 펼쳐진 모녀, 모자간의 생각 차이 등, 그리고 이것들을 글로 풀 때 마주하게 되는 타인의 시선들까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흐름이었다. 자연스레 나도 우리 엄마, 그리고 돌아가신 우리 아빠가 생각났다. 존경하는 사람을 적으라면 위인이 아닌 부모님의 성함을 썼던 나를 보기만 해도 우리 부모님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부를 거머쥔 것도, 특별한 삶을 살아낸 사람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누구보다 특별한 존재이며 누구보다 멋지고 닮고 싶은 존재인 사람들이다.



이 이야기를 나눈 다음 날 아침. 맥주를 마신 어젯밤의 여파로 머리가 아픈 상황에 누나가 엄마와 함께 카페를 가자는 제안을 한다. "연희동 00 카페 가자. 거기 산미 있는 원두 맛있대. 엄마한테 꼭 맛보게 하고 싶음!" 누나의 말과 함께 후다닥 준비를 하고 반려견 본이와 함께 넷이서 연희동으로 향한다. 


걸어가는 길은 20여분. 언제나 우리 가족답게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제 독서모임에서 가족들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런 생각했어. 나는 이런 엄마 아빠 밑에서 자랐고, 자라는 게 복이라고 말이야." 내 입에서 나온 말. 누나는 이렇게 말한다. "야 솔직히 우리는 로또 맞았어. 엄마 아빠 로또." 참 좋은 비유다. 와닿는다. 그렇다. 우리는 복권 당첨이 되었다. 부모님이라는 복권. 뒤이어 나누는 대화들에서 로또라는 비유가 아주 찰떡같다고 생각한다. 부드럽게 나에게 가진 서운함을 이야기하는 엄마. 함께 노력하자고 이야기하는 엄마.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자기가 가진 생각을 공유해 주는 엄마. 나의 삶, 누나의 삶을 이해하고 각자의 노력을 응원하는 엄마. 예전엔 당연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엄마의 대화법이 요즘은 더욱 큰 산이자 따뜻한 포옹으로 느껴진다. 


주변 가족관계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런 우리 엄마가 더욱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대화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내는 노력을 보면 존경스럽다. "아들은 전문 가면서 내 몸 왜 안 봐줘?"라는 엄마의 말에 "엄마가 나보다 더 활력이 넘치잖아. 걱정이 잘 안돼."라고 말할 정도로 이희숙 여사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결혼 이후 하지 않던 일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하고 있다. 지칠 법도 한 엄마인데도 일을 하는 동안 최선을 다한다. 시간만 때우고 와도 괜찮을 알바 자리인데도 사람이 없으면 아쉬워하고, 종종 일할 때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준다. 일을 마치고는 운동을 간다. 트레이너인 나보다 오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온 엄마다. "운동 갈 시간이 없어서 짜증 나."라는 말이 입에서 나오는 그런 사람이 우리 엄마다. 틈틈이 원정 등산과 걷기 모임도 나간다. 요즘 나보고 누가 '아이언 수연'이라는데 우리 엄마가 '아이언 희숙'이다. 주기적으로 나가는 모임도 있고, 헬스장 모임에서는 회장을 맡아 활동하기도 한다. 활기가 있는 인생, 덕분에 엄마는 몸도 마음도 또래보다 젊게 사는 느낌이 풀풀 풍긴다. 


운동과 활기,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수용력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누나가 진심으로 무언가를 시작한다고 하면 누구보다 응원하고 지지해 준 사람이 엄마다. 공부를 꽤나 잘하던 내가 체대를 간다고 했을 때도 네가 하고 싶은걸 하라며 묵묵히 지원해 준 사람도 엄마다. 우리가 가끔 엄마에게 서운한 점을 이야기할 때 "미안해."라는 말을 하며 행동을 수정하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가진 것이 우리 엄마다. 나라면 이렇게 자식들을 믿고 기다려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엄마는 수용력이 강한 사람이다.


로또를 맞았다. 누구보다 배울 점이 많은 부모님 밑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자주 이기적으로 살게 된다. 오늘 엄마가 했던 이야기. "서로 노력하자. 우리는 노력하는 집이니까." 이제는 진짜 가족을 생각하고 노력하자.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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