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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연 Jul 19. 2024

커피 향기로부터 생각의 피어남

연희동 엔트러사이트 카페로 들어선다. 진하게 다가오는 원두 볶는 향기. 눈앞에 다수의 로스터기들이 보인다. 다시 한번 숨을 들이쉰다. 커피의 향이 진하게 다가온다. 책을 읽고 싶어서 온 카페지만 자연스레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고 싶어졌다. 커피로부터 온 생각을 적어보고 싶었다.



요즘은 조절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벌써 2-3개월 전이다. 나는 꽤나 고통스럽게 두통을 경험했다. '그룹 트레이너,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생겨날 정도였으니 꽤 컸다. 이 고민이 뭐가 큰 고민이냐고 물을 수 있다. 나에겐 치명적이었다. 트레이너를 5년가량하면서 처음으로 트레이너를 끝까지 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를 겪고 나니 내 사전에 '여유'라는 단어의 비중을 높이게 되었다. 가족들의 지지로, 사랑하는 여자친구의 응원과 손 잡아줌으로 나는 조금 걸음을 늦추고 있다. 이전에 바라보던 빠른 성공보다 매력적인 나를 만들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해 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움을 받아 즐거운 책을 읽어보는 일, 쓰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글을 적어보는 일, 생각나는 것들이 있으면 공책에 끄적여보는 일, 혼자 그저 길을 걸으며 산책해 보기. 나아감이 주였던 나의 20대. 95년생 원래는 30대에 들어서야 하는 나는 현재 (나를) 알아감이 주인 삶을 살기 시작했다. 



삶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는 나를 풍성하게 만든다. 공간에 들어와서 작업하기 급급했던 내가 이젠 향과 분위기를 느낀다. 픽션은 거들떠도 보지 않던 내가 소설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눈물을 글썽인다. 처리할 일, 책 한 페이지 더 읽는 게 우선이었던 내가 가족들과의 산책에 오롯이 집중한다.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를 하며 일을 해야 함에 불안해하지 않는다. 트레이너로서의 성장세는 느릴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나는 '사람'이 되어간다. 삶을 가꿔나가는 정원사가 되어간다.


문득 생각나는 내가 꽤 많은 후배들에게 해준 이야기가 떠오른다. 공부를 못할 때 불안하다는 친구들에게 해줬던 이야기. '야 우리는 사람 상대하는 트레이너잖아. 나랑 이렇게 만나는 시간, 친구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노는 시간. 이것들도 우리에게는 공부일 수 있어. 마음 편히 여기고 이 시간에 몰입해 봐. 도움이 될 거야.' 사실 내가 내게 건네었던 말이었던 것 같다. 삶을 더 여유롭게 경험하자. 만나는 사람 한 명 한 명, 마주치는 순간 하나하나를 깊게 담아보자. 그렇게 삶을 살아가자. 흔히 말하는 '성장'의 의미가 아닐지라도 괜찮다. 지금처럼 나아가는 나도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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