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더 배우고, 선배가 더 감사했던 시간
어느 날 인스타그램 DM 알림이 왔다.
반가운 연락. 나와 딱 10년 차이로, 나와 같이 공군에 입대한 아홉 학번 차이나는 후배의 연락이다. 대학 기준으로는 꽤나 버거운 나이 차.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먼저 다가와준 후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생각보다 재미있는 추억을 많이 쌓게 된 후배 SJ. 그렇게 12월 17일 수요일 저녁. 우리는 합정역에서 오랜만에 접선했다.
내일 아침 달리기가 있어서 사실 술이 좀 조심스러웠지만 그래도 군인이 먼저다. 내가 술을 알아서 덜 마시면 되니 오늘 저녁은 삼쏘로 가기로 한다.
삼겹살 집에 앉아 우리는 계획대로 삼겹살, 소주 그리고 나를 위한 맥주를 시킨다. 3인분과 밥 한 공기로 시작한 자리. 그리고 그 위에 대화의 꽃을 피운다. SJ가 군대에 가서 있던 이야기, 10년 전 내 군대 생활 이야기, 지금 만나는 서로의 여자친구 이야기, 되돌아보는 우리 둘 사이의 추억 이야기. 그 이야기들 사이사이에 나는 맥주를 홀짝. SJ는 고팠던 듯 소맥을 훅 털어 넣었다. 둘 다 배고팠던 터라 2인분의 고기를 더 시키고 그만큼의 이야기를 더 얹는다. SJ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는 시간이다. 내가 소개해주어 들어갔던 일자리에서의 시간, 그리고 짧지만 군에 있었던 시간이 SJ를 더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음을 느낀다. 후배와의 시간에서 이래도 되나 싶지만 편안하다. 듣고, 말하는 그 순간들의 흐름에서 시간을 잊을 정도로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생각보다 조금 흐른 시간. 우리는 걷고 말하고 서로를 들으며 2차로 향한다.
우리는 타코집으로 향한다. "타코 괜찮아?"라는 말이 흔쾌히 "Yes!"를 외쳐준 SJ 덕에 빠르게 정해졌다. 1차보다 더 깊은 이야기가 타코집에서 오고 갔다. SJ의 군대 가기 전 타임라인을 훑다가 우간다 이야기가 나온다. 자진해서 봉사를 갔던 이야기. 들었던 이야기인데 조금 더 자세히 들으니 더 놀랐다. 나름 요즘 다양한 고객님들을 만나면서 운동을 전하고, 그렇게 사회에 이바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 나인데, 반성하게 되었다. 느껴지는 부끄러움들. SJ의 순수성. 하지만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돕는다는 생각도 분명 좋지만, 그러다 보면 오히려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SJ. 마치 최근 내 상황을 꿰뚫어 본 듯했다. 타인들에게 이해받길 바라는 마음, 하지만 그것이 돌아오지 않았을 때 마주한 상처들이 떠올랐다. 도와준다는 마음은 갖지만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SJ는 그것을 봉사에서 배운 듯하다.
SJ는 내가 그리는 방향들을 듣고는 멋지다는 칭찬과 함께, 자신의 말을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전한다. 표정에서 느껴지는 확신. 봉사에 있어서는 선배인 SJ가 너무나 든든하고 감사한 순간이었다.
전역하면 언젠간 함께 체육봉사를 해보자는 말과 함께 우리는 2차도 정리하고 합정역으로 돌아갔다.
다음을 기약하고, 곧 있을 크리스마스를 이야기하며 헤어지고 각자 버스와 지하철에 올랐다. 이내 카톡이 온다.
오늘은 미안하지만 내가 더 감사한 하루였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행복했고, 기억에 남을 하루. 며칠이 지난 현재 이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쉬워 글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