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어

모순 덩어리인 내가 하고 픈 이야기들

by 운동하는 훈장님

경미한 번아웃이 찾아온 듯했다. 대구 마라톤을 앞두고 몸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불안했기 때문이었을까? 시간이 날 때 멍하니, 우두커니, 우율의 감정을 가지고 보낸 시간들이 꽤 많았다. 이 마음이 오래가지 않았으면 하는 맘에 노트를 펴고 떠오르는 마음을 두서없이 적었다. '번아웃' '힘들어' 다양한 말들이 내 마음으로부터 꺼내어졌다. 이 단어들이 문장화되어 나타났다.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는 것 같아.'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써지지도 않았고, 콘텐츠랄 것도 발행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상태처럼 느껴졌다. 회원님들께도 이전처럼 태도나 의미를 강조할 마음도 어느샌가 옅어졌다는 것을 발견한다. 마냥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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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좋은 기회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내 SNS를 보고 꾸준함 / 자기 계발 / 운동 등을 주제로 인터뷰를 하는 자리였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나의 생각이 멈추게 한 질문들이 있었다.


1. 정수연 님의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2. 궁극적으로 정수연 님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요?

3.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한 문장만 전한다면?


답변을 망설이게 되었다. 질문 리스트를 처음 봤을 때부터 그리고 인터뷰를 하는 그 당시까지. 버벅거리고 횡설수설했다. 분명 흥미롭고, 재밌었다. 인터뷰어들이 나를 봤을 때 막힘없는 대답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속은 뒤섞여 있었다. 정리되지 않은 말을 마구 뱉어냈다. 아쉬움이 컸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질문에 대해 확고하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운동하는 훈장님'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운동과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정수연은 없었다. 모호하고, 엄청나게 모순적이기도 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왔다.


인터뷰를 마치고 출근하는 길 아쉬움 마음 안에 섞여 있는 다른 마음들을 들여다보았다. 사실 어찌 보면 이런 이야기들이, 횡설수설 모순 덩어리 말들이 내가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인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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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독서모임을 통해 읽었다. 여기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중 싯다르타와 바수데바가 떠오른다. 바수데바는 뱃사공이다. 싯다르타가 속세에 물이 들어 강가를 찾았을 때 가르침을 주는 인물이다. 바수데바는 싯다르타에게 강물을 보라고, 강물에 귀 기울여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싯다르타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준다. 무슨 다른 이야기를 크게 하지 않고 말이다. 싯다르타가 아들에게 집착할 때도 싯다르타의 마음을 이해함과 동시에 그의 아들의 존재 그대로를 인정해 준다. 그렇게 싯다르타는 깨달음의 길로 들어선다. 열반이라고나 할까? 뒤에 싯다르타는 귀한 친구 고빈다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 거기서 나오는 말들이 참 인상적이다. 말보다 사물이 중요한, 보이는 것보단 행하고 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현재를 살아야 하며, '나'로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말한다. 내가 타인이고, 동시에 타인과 자연이 나임을 인정하는 것 또한 삶의 진리임을 이야기한다.


[싯다르타]의 영향을 받아서일까? 요즘 나의 생각도 비슷한 방향으로 흐른다. 내가 타인이고 타인이 나인 것을 인정하듯, 어떤 것의 이면에 있는 것을 인정하고 살려고 한다. 고통을 인정하면서도, 고통이 있기에 존재하는 희망을 보기로 한다. 채워야 할 것들이 많고, 채우는 삶을 추구한다. 하지만 동시에 비우려고 노력한다. 딱 맞는 옷을 입으려 한다. 나랑 잘 맞는 운동, 잘 맞는 사람들을 찾아 떠난다. 하지만 동시에 모두가 다름을 인정한다. 그러면서 맞지 않는 것도 해보려고 한다. 서로의 면이 닳아서 닮아가고 맞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로부터 출발해 나에 대해 고민하려고 한다. 하지만 동시에 타인을 생각하는 삶을 살고 싶다. 가끔은 나를 버리면서까지 나 아닌 다른 사람, 다른 것들을 구하는 그런 인생을 사는 것을 꿈꾸기도 한다.


세상에 꺼내놓기엔 모순적인, 그리고 아직까지 나에게는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다. 그래서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꺼내 놓고 나니 참으로 아름답다. 세상에 나와서 사람들 마음에 들어갔으면 한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다른 면이 동시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지만 아름다우니 말이다.


다시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꺼내어 보자. 다소 모순적이더라도, 다소 복잡하더라도, 다소 횡설수설하더라도. 나로부터 출발하는 이야기, 하지만 그것이 결국 내 옆에 있는 것에 닿아 삶에 자리 잡는 이야기들. 그런 것들을 적어보자. 솔직하게. 꾸밈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