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요청을 할 때는 격식체로 말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의문에 대한 답
UX Writing을 공부할 때 아마 가장 재밌는 부분은 보이스앤톤 부분일 거라 생각한다. 우리 브랜드의 정수를 담을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고, Writer의 기지를 발휘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아무튼 권한요청 글처럼 딱딱한 글보다는 '웰컴 메시지'를 쓰며 우리의 보이스앤톤을 구축해나가는 게 더 재밌고 의미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 문단에는 잘못된 내용이 들어가있다.
보이스앤톤 부분은 확실히 재밌다. 텍스트를 조금만 고치면 휙휙 얼굴을 바꾸는 게 마치 캐릭터 디자인을 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 재미, '휙휙 얼굴을 바꾸는' 위험성 때문에 UX Writer는 보이스앤톤을 문구에 적용할 때 벗어나는 부분이 없는지 계속해서 확인해야 한다. 그 부분이 하물며 '권한요청'과 같은 소위 '딱딱한 글'일지라도!
위와 같은 UX Writing이 많다. 친근함을 강조하던 서비스가 오류나 결제, 권한요청, 정보제공요청 등 소위 '딱딱한 부분'에서 표정을 확 굳히고 거리감을 조성하는 경우 말이다. "왜 이러십니까, 손님!"이라고 근엄하게 말하는 듯한 통일되지 않은 UX Writing에 얼굴이 홧홧해진다. 분명 우리 친한 거 아니었어? 싶은 마음이다.
보이스앤톤을 한데 묶어 자주 설명하지만, 사실 두 가지는 다른 개념이다.
말 그대로 브랜드 목소리다. 어떤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브랜드 고유의 목소리로, 닐슨 노만 그룹에 따르면, 보이스는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 Funny(재밌는) vs Serious(진지한)
✔ Casual(편안한) vs Formal(격식있는)
✔ Irreverent(다소 거친) vs Respectful(존중하는)
✔ Enthusiastic(열정적인) vs Matter-of-fact(사무적인)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형용사들이 보이스가 될 수 있다. 보이스는 서비스가 지향하고 있는 바를 여지없이 드러내는 좋은 수단이고, 이는 꼭 한 가지일 필요는 없다. 서로 상충되지만 않는다면, 2개의 보이스를 갖고 있을 수도, 5개의 보이스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톤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말투다. 격앙된 상황과 침착한 상황에서는 톤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지?' 싶을 정도로 목소리가 달라지는 경우는 없다. 보이스는 변하지 않는 정수, 가치이고 톤은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말투다.
'재미'를 추구하는 브랜드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브랜드는 웰컴 메시지부터 결제 단계까지 모두 유머러스한 보이스로 일관되게 말해왔다. 그러나 이용약관과 같은 '법적인 이슈'가 있는 부분에서는 사무적인 말투를 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보이스가 깨지는 경험일까?
정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이다.
만약, 이용약관을 읽어보기 전에 '우리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어서요, 지루하더라도 참아줘요' 이런 식으로 설명이 나오고, 그 이후 이용약관을 읽어보게 했다면 브랜드 보이스에 대한 경험은 깨지지 않고 이어질 것이다. 한 사람이 멋쩍게 계약서를 내미는 모습이 상상된달까. 브랜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상상했던 그 이미지가 깨지지 않고 유지된다는 점에서 보이스는 깨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왜 이러십니까, 손님!"처럼 갑자기 얼굴을 확 굳히고 이용약관부터 들이민다면 상상했던 그 인물(브랜드 서비스)이 갑자기 달라져 당황스러울 수 있다.
이러한 보이스앤톤을 잘 유지한 대표적인 서비스가 바로 디스코드다. 디스코드는 온라인 음성-채팅(이제는 화상까지) 어플로 게임을 할 때 한 공간 안에 있는 것처럼 음성-채팅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디스코드는 '함께'가 중요한 키워드인데, 그들의 가치는 "서버"에서 드러난다. 서버는 공통된 주제를 중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원하는 주제로 서버를 열면 친구들과 함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런 '함께'가 주는 가치는 UX Writing에서도 드러난다. 디스코드는 소통과 유대감을 핵심으로 UX Writing을 풀어나갔고, 이는 서비스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위의 이미지는 디스코드 공식 홈페이지 중 고객 지원 센터 페이지다. 대부분의 서비스는 이 부분에까지 자신들의 브랜드 보이스를 입히지 않는데(혹은 못하는데), 대부분은 '법률적인 이슈'가 있는 '엄근진'한 페이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스코드는 각 아이콘에 대한 설명에도 '소통과 유대감'이라는 가치를 부여해 여전히 이곳은 디스코드의 공간임을 드러내고 있다. 들어가면 당연히 사무적인 톤으로 문제 해결 방법을 알려준다. 유머를 보이스로 잡기 어려운 이유가 이거다. 보이스를 유지하겠다고, 공지 사항이나 문제 해결 방법에까지 유머를 넣으면 유저 입장에서는 '뭐라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며 불쾌해질 수 있다.
그야말로 유머는 치고 빠지기의 달인만이 구사할 수 있는 고오급 목소리인데, 디스코드는 해냈다.
디스코드에서 연락처 권한 요청을 할 때 뜨는 페이지의 UX Writing이다.
✔'연락처에 액세스할 권한을 부여해주셔야 해요'라는 문구가 너무 작아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알기 어렵고,
✔연락처를 통한 추가 허용 체크박스의 의미를 알 수가 없다는 점이 아쉽긴 했으나,
✔"곧 이메일로도 가능해요!"라며 여전히 디스코드의 보이스앤톤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디스코드는 UX Writing, 그중에서도 보이스앤톤에 꽤 힘을 준 서비스라는 것을 곳곳에서 알 수 있었다. 사실 UX Writing하면 보이스앤톤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UX 디자인'의 영역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떄문에 디스코드의 UX Writing이 완벽하게 좋다고 할 순 없다. 그럼에도 보이스앤톤에 대한 가이드가 필요하다면, 고객과 마이크로카피를 통해 관계 맺는 법을 알고 싶다면 뜯어봐도 좋을 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