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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낱선 Feb 08. 2023

UIUX 디자인 공부 1주차 학습일지 02

먹고, 걷고, 비우고, 채우고

들어가는 말.


고향에 온지 이틀차. 어쩔 수 없이 고향은 늘어지게 되나보다. 자꾸만 먹을 걸 갖다 주시면서 말을 붙이는 부모님을 외면할 수도 없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무릎 위에서 팔을 부비는 내 동생, 강아지의 꼬수운 냄새를 맡으면 나약한 결심은 쉽게 무너지고 만다. 그래서 오늘은 먹고, 걷고, 비우고, 채우는 과정을 반복했다. 


가족들과 오랜만에 밥을 먹었다. 치킨을 먹었는데 부모님이 많이 못 드시더라. 튀긴 건 소화가 안 된다며 몇 조각 입에 대시곤 내려놓으셨다. 식탐 많던 아빠도 햄버거 하나를 못 드신다. 짠한 기분이 들면서도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를 눈앞에서 본 듯했다. 강의를 듣고, 과제를 마무리하는데 엄마가 옆에서 자꾸 기웃거리셨다. "뭐하나?"라는 말에서 "딸, 같이 걸을까?"라는 바람을 들었다. 살갑진 않아도 엄마의 말을 뿌리칠만큼 매정한 딸은 못되어 결국 단단히 옷을 챙겨입고 강가를 걸었다.


한참을 걸으며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는 실패해도 괜찮다고 했다. "정말로 괜찮아?"라고 물으니, "응, 정말 괜찮아. 살아줘서 고마워"라고 답했다. 일렁이는 강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한참을 쏟아내며, 고향에 왜 급히 왔는지 엄마에게 털어놓았다. 결국 나는 비워졌고, 엄마는 딸의 이야기로 조금 더 무거워졌다. 


비운 만큼 채우기 위해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아 강의를 들었다. 자꾸만 비우고 싶어하는 마음을 달래며 오늘 목표치만큼 들었다. 


오늘의 TO DO LIST


1. 제로베이스 Chapter 3. [모델링] 수강

    1) Task Flow

    2) Task Flow 만들기

    3) 스토리 맵(User Story Map)


2. 제로베이스 과제 1주차 1-4 완성

    1)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최근 사용한 선물 내역 삭제 Task Flow 제작


3. 제로베이스 Chapter 4. [퍼소나] 수강

    1) Persona(퍼소나)

    2) 퍼소나의 제작과 활용


1. 제로베이스 Chapter 3. [모델링] 수강

제로베이스 강의를 듣고 노션에 정리한 내용

오늘은 과제 수행을 위해 Task Flow 강의를 들었다. 처음엔 과제를 잘못 알아서 '[선물하기] 플로우를 언제 다 짜지...?'라며 아찔해했다. 섹션도 많고, Decision도 많아 고려해야 할 요소가 수 백가지는 될 듯 싶어 '이걸 언제 다 해'라며 절망하고 있었는데 과제를 확인해보니 다행히 Goal이 굉장히 명확하고 작은 규모였다. 


가슴 한 번 쓸어내리고, 강의를 다시 편안하게 들었다. 사실 UI/UX를 깔짝거릴 때, 막연하게 '이런 건 많이 배우고 완벽하게 익힌 뒤에나 제작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닥치니 여차저차 해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지만, 피드백이란 개념이 왜 있겠나. 피드백을 받고 성장할 내가 기대된다. 


제로베이스를 수강하며 가장 좋은 점은 '일단 시키는 과제'다. 사실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내용을 그리 자세히 가르쳐주는 편은 아니다. '이런 내용으로 과제를 낼테니 강의도 듣고, 알아서 공부하세요'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열심히 강의를 들으며 얼개를 짜고, 아티클과 레퍼런스를 보며 디테일을 잡았다. 지식을 쌓기만 해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준비가 되면', '때가 되면', '완벽해지면'이라는 말로 도망치고 있던 내게 제로베이스는 좋은 등떠밀기다. 


2. 제로베이스 1주차 과제 1-4

제로베이스 1주차 과제 1-4

강의를 듣고, 아티클을 정리 / 레퍼런스를 분석하며 만든 첫 Task Flow. 생각보다 간략한 Task Flow에 '내가 뭘 놓쳤나?' 싶어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하고 반복했지만 딱히 달라지는 건 없었다. 지금 내 시선에서 볼 수 있는 건 이게 최대인 것 같았다. 


Task Flow만 쓰기엔 아쉬워서 Goal을 수행하던 도중 내가 느꼈던 Requirement를 추가로 짤막하게 작성했다. 컬러는 User Journey map과 동일하게 카카오의 키 컬러로 작업했다. 처음으로 플러그인을 사용했는데, '이렇게 편리한 기능이 있다고!' 하면서 재미지게 작업했던 기억이 난다. 


3. 제로베이스 Chapter 4. [퍼소나] 수강

열심히 먹고, 걷고, 비우고, 채우고 난 다음 시간이 남아 수강한 [퍼소나] 강의. [퍼소나]는 대략적으로 '우리 유저는 이런 모습이겠지'라며 잡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User Journey Map이나 User Story Map은 유저 리서치가 없어도 제작 가능하지만(추후 유저 리서치를 통해 검증하는 방식으로) 퍼소나는 유저 리서치가 없으면 제작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우리가 유저를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게 해줄 방법은 유저 리서치 뿐이기 때문. 유저 리서치가 없이는 '우리 유저'가 누구인지 알 수 없고, 그들을 분류 / 세분화 / 의인화한 퍼소나는 당연히 만들 수 없다. 따라서 유저 리서치, 데스크 리서치를 통해서만 퍼소나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력이 안 되는 경우에는 차라리 퍼소나를 만들지 않는 게 더 효율적이다. 


마케팅 일을 하면서도 퍼소나를 만들 기회가 적지 않았는데, 그때마다 마케터들끼리 모여서 '우리 유저는 이럴 거예요, 이런 특징을 갖고 있죠'라고 머리를 맞댔던 게 생각났다. 시각화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불필요한 디테일까지 잡아 내용이 산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퍼소나는 '목적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포트폴리오 레퍼런스를 보다 보면 유저 리서치 없이 바로 퍼소나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포트폴리오란 틀에 내용을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 '학원 출신들은 배운 이론을 아무데나 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더욱 논리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UI/UX 디자이너는 논리로 무장한 미학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낱선의 생각이다)


오늘의 한줄평


내가 비워진 만큼, 누군가는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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