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시 에이브럼스의 'Feels Like' 리뷰
모든 인연에는 타이밍이 있다. 잦진 않아도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인연의 순간에 나는 ‘지금일까?’ 하며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안녕, 마이쮸 먹을래?’로 뇌물을 주며 말문을 트고 서로를 탐색한다. 그에게 내밀한 부분을 허락해도 될지 재본다. 그렇게 서로의 뒤를 킁킁 거리는 강아지처럼 가까이 지내며 말을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나는 이 인연의 시작을 잊어버린 채 현재에 몰입하게 된다. ‘우리 어떻게 친해졌더라’ 라는 대답이 필요하지 않은 질문을 하며, 우리의 관계가 공고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긴다.
그렇게 주5일을 붙어 있고, 그 시간도 모자라 날 좋은 주말이면 시내로 나들이도 갔다. 못된 고양이에서 과장된 리본을 상대의 머리에 슬쩍 대고는 어울린다, 어울려 하며 킥킥 대다가 저렴하기로 유명한 피자집에서 8000원짜리 피자 한 판을 시켜 먹었다. 집에 사람이 없는 날엔 집으로 초대해 학교에서는 차마 하지 못했던 속얘기를 털어놓았다. 생명은 사랑할 때, 약점을 드러낸다. 가장 연약한 배를 보여주며 사랑을 표현하는 동물과 같이, 우리는 서로의 가장 연약한 부위를 드러내며 서로를 보듬었다.
이제 나는 부박하고, 지쳐있는 현대인이다. 누군가와 순수하게 관계를 쌓기에 이제 나는 재고 따질 게 너무 많은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때, 서로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었던 그때, 너를 만나서 다행이다. 그레이시 에이브럼스의 'Feel Likes'는 순수할 수 있는 우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Verse 1]
Oh
We almost got away, we cut it close
우린 거의 다 빠져나왔어, 하마터면 실패할 뻔했어
The city's getting loud
도시는 점점 시끄러워져 가
If I choke, it's only 'cause I'm scared to be alone
내가 숨이 멎는다면, 혼자가 되는 게 두렵기 때문일 뿐이야
Been tryna work it out, you should know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어, 네가 알았으면 해
[Chorus]
I would do whatever you wanted
난 네가 원하는 건 뭐든 할 거야
We don’t have to leave the apartment
우린 방을 떠날 필요가 없어
Met you at the right time
적당한 때 널 만났어
This is what it feels like
그런 기분이야
Living in a movie I've watched and
내가 본 영화에 살고 있는 것 같은
Funny, 'cause you couldn't have called it
재밌어, 네가 알아맞히지 못했을 수도 있잖아
Met you at the right time
적당한 때 널 만났어
This is what it feels like
그래 이런 기분이야
[Verse 2]
Oh
The train was cold, we left Connecticut
기차는 추웠고, 우린 코네티컷을 떠났어
We stayed a couple hours
우린 몇 시간 동안 머물렀어
Our clothes matched enough to throw me off a bit
우리가 입은 옷이 너무 어울려서 난 좀 놀랐어
Your phone was playing "Towers" and I
네 핸드폰에서는 "Towers"가 흘러나왔고 난
[Chorus]
I would do whatever you wanted
난 네가 원하는 건 뭐든 할 거야
We don’t have to leave the apartment
우린 방을 떠날 필요가 없어
Met you at the right time
적당한 때 널 만났어
This is what it feels like
그런 기분이야
Living in a movie I've watched and
내가 본 영화에 살고 있는 것 같은
Funny, 'cause you couldn't have called it
재밌어, 네가 알아맞히지 못했을 수도 있잖아
Met you at the right time
적당한 때 널 만났어
This is what it feels like
그래 이런 기분이야
[Bridge]
And I need you sometimes
그리고 난 가끔 네가 필요해
We'll be all right
우린 괜찮을 거야
Met you at the right time
적당한 때 널 만났어
This is what it feels like
그래 이런 기분이야
And I miss you some nights
그리고 난 가끔 밤이면 네가 그리워
We'll be all right
우린 괜찮을 거야
Met you at the right time
적당한 때 널 만났어
This is what it feels like
그래 이런 기분이야
[Outro]
I would do whatever you wanted
난 네가 원하는 건 뭐든 할 거야
We don’t have to leave the apartment
우린 방을 떠날 필요가 없어
Met you at the right time
적당한 때 너를 만났어
This is what it feels like
그래 이런 기분이야
그레이시 에이브럼스는 캘리포니아 출신의 싱어송라이터로 연약한 목소리로 사람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그레이시는 “나와의 관계 혹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영감을 얻는다.”며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베드룸 팝의 천사로 불리는 그는 작사, 작곡, 편곡, 믹스, 마스터링까지 모두 한다. 사운드클라우드나 유튜브에서 점차 부흥하기 시작하는 베드룸 팝은 웅장한 세션도, 전문적인 마스터링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멜로디가 간결하고 음질이 다소 탁하다. 그레이시 에이브럼스의 서글픈 목소리는 사람들의 착각을 일깨워 준다. 도시는 외롭지 않다. 외로운 건 도시 속의 나고, 뜻대로 되지 않는 관계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때론 억지로 쥐어진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끈끈한 인연이 다시금 생기길 그리워하는 것이다. 도시는 우리를 얽매지 않기에 너와 나의 상태에서 멈추고 만다.
에이브럼스는 매체에서 자신의 신념을 결코 숨기는 법이 없었다. 감독 J.J. 에이브럼스와 프로듀서이자 성범죄 피해자 지원 단체인 타임즈업 무브먼트의 활동가인 케이티 맥그래스의 딸, 에이브럼스는 아버지의 예술적인 재능과 어머니의 굳은 신념을 물려받았다. 그는 “음악과 신념은 분리할 수 없다”고 말하며 “나의 음악은 내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 자신이 믿는 것을 말하는 것에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작곡을 한 에이브럼스는 'Stay', ‘Mean It'을 줄줄이 쏟아냈다. 그중 ’21‘은 <하트시그널 시즌 3> 삽입곡으로 국내에 그의 목소리를 알린 곡이다.
레이블과 계약 전, 집에서 녹음하고 인스타그램에 작업물을 올리던 그는 순식간에 392k 이상의 팔로워를 얻으며 소셜네트워크 속 스타가 되었다. 세계적인 스타, 빌리 아일리시와 로드까지 그를 팔로워 하며 지지를 보냈으며, 로드는 MP3 파일을 줄 수 없느냐는 메시지까지 그에게 보낼 정도였다.
그가 이번 10월 1일, 신곡을 발표했다. 'Feels Like'는 에이브럼스의 절친 오드리와의 우정을 노래하는 곡으로, 에이브럼스가 지금의 명성을 얻기 전에 그와 우정을 쌓은 것이 다행이라고 이야기하는 곡이다. 가사 ‘Funny, 'cause you couldn't have called it'(재밌어, 네가 알아맞히지 못했을 수도 있었잖아)는 오드리가 에이브럼스에게 보낸 신뢰, 즉 ’너는 아티스트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틀린 걸로 될 수도 있었단 얘기다. 실제로 에이브럼스는 성공했지만, 그만큼 믿음과 확신이 없는 시기를 함께 했기 때문에 ’그때 만나서 다행이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2절로 들어가는 첫 소절에서 에이브럼스는 오드리와 함께 코네티컷으로 떠났던 추억을 꺼내며 곡을 전개한다. 에이브럼스는 오드리와 함께 실제로 해리 스타일스의 팬 무비를 보기 위해 기차를 타고 뉴욕에서 코네티컷까지 간 적이 있는데, ‘Feels Like'는 그 때의 경험을 녹여 쓴 곡이다. 가사 속 ’We'll be all right'(우린 괜찮을 거야)는 해리 스타일스의 ‘Fine Line'에 나오는 가사로, 친구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암호와 같다.
인연에는 타이밍이 존재한다. 사회에서 만났더라면, 우리가 이미 너무 많은 걸 갖고 있을 때 만났더라면 이렇게 믿음이 누적된 우정을 알 수 없었겠지. 마구잡이로 찍어댄 친구와의 사진은 우리가 함께 나눈 일상의 누적임과 동시에 친구와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우정의 고유함이다.
“난 네가 원하는 건 뭐든 할 거야. 우린 이 방을 떠날 필요가 없어.” 시간을 함께 한다는 건 서로의 일상에 개입하겠다는 하나의 선언이다. 그리고 그 개입이 온당하게 받아들여질 때 우리는 이를 ‘소중한 사람’이라고 인식한다. 내가 온전하지 않을 때, 따라서 당신이 보내주는 신뢰와 지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때, 내가 사람을 믿을 수 있을 때, “적당할 때” 그를 만나서 다행이다. 우정이란 “그래, 이런 기분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