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의 에세이스트

알렉산더 23 EP [Oh No, Not Again!] 리뷰

by 낱선

관계에도 생로병사가 있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알렉산더 23은 EP [Oh No, Not Again!]에서 아홉 개의 서로 다른 곡을 통해 관계의 수명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부터, 누군가를 찾는 것, 혼란스러운 상황, 잘 풀리지 않는 순간,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시간, 마침내 이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까지 이번 앨범에 기록했다”고 이야기했다. 각 곡은 느슨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서사를 이어 간다. 알렉산더 23은 스스로를 단순히 ‘노래 부르는 사람’ 혹은 ‘곡을 만드는 사람’로 포지셔닝하지 않고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으로 정의 한다. 굳이 어렵게 해석해야 하는 어려운 철학책이 아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에세이스트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Oh No, Not Again!]은 가장 예술적인 방식의 자서전이다. 앨범이 나오기 전 1년 동안 발표했던 싱글 5곡을 편곡하고, 새로운 4곡을 추가하며 완성된 앨범으로, 지난 그의 시간들을 현재의 그가 되짚어 보며 지금의 시각으로 그때를 바라보고 있다. 시선은 곧 현재로 옮겨져 신곡들을 통해 더 넓어진 그의 시야를 언뜻 비춘다.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곡의 연출은 섬세하고 신중한 방식으로, 그러나 분명한 의견과 낭만을 갖고 사운드를 구축해 나간다. 현재는 공감할 수 없는 감정이지만, 당시에는 분명히 존재했던 감정들까지 두루 다루며 그는 알렉산더 23이라는 존재의 역사를 써내려 간다. 과거가 있기에 실존한다. 알렉산더 23의 [Oh No, Not Again!]은 그의 존재를 증명하는 하나의 보증서와도 같다.


앨범의 문을 여는 ‘IDK You Yet'은 틱톡커들의 선택을 받으며 유명세를 탔는데, 단순한 선율 덕분에 대중에게 널리 퍼지기 용이했다. 그러나 자세히 파고들면 단순해 보이는 기타 선율 위로 그는 화려한 하모니를 얹어 장황하게 곡을 꾸미고 있어, 곡에 빈틈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질적이라고 생각했던 선율과 하모니는 충돌을 통해 예술적인 복합성을 만들어 냈다. 이외에도 ’Nothing's The Same'이나 ‘Brainstorm'과 같이 이미 공개된 적 있는 싱글들은 위와 같은 방식을 채택하여 편곡의 맛을 더했다.


신곡 파트에서는 조금 더 가사에 집중해볼 필요가 있다. ‘Come Here And Leave Me Alone'은 마음과 사랑의 상반된 상태를 가볍게 풀어나가는 곡으로, “I know it's unfair to wake you up like this at three in the morning, but sometimes it's hard to tell if I need love from you or from myself"(나도 알아, 새벽 세시에 널 깨우는 게 잘못 됐다는 건. 하지만 가끔은 내가 너의 사랑이 필요한 건지, 내가 그냥 날 사랑하고 싶은 건지 알기 어려워)라며 사랑을 할 때 드는 양가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멀어지면 외롭고, 가까워지면 아픈 관계가 새로운 발견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곡이 매력적인 이유는 두 감정 사이의 골을 비참하지 않게 그려내는 데에 있다. 꾸밈없이 솔직하고 덤덤한 태도가 오히려 흔한 이야기에 먼지를 털어준다.


‘She loves me'에서는 ’She fucks with me, She fucks me over'라며 다소 유머러스하게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서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는 이 앨범의 밸런스는 마지막 곡 ‘Trakc 9'에서 도드라진다. 'Track 9'에서 그는 화자로 등장해 청자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It's been a while since we talked. I see you made it all the way to Track 9. So Thanks"(우리가 대화를 나눈지도 꽤 됐네. 9번 트랙까지 와줬구나, 고마워.”라고 맺음말을 전한다. 자신의 생각을 들어준 팬들을 위해 감사를 표하며, 이젠 마음대로 곡을 낼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설명한다. 알렉산더 23은 자신을 위해 곡을 만들지만, 그의 음악에 있어 들어주는 사람들, 즉 팬들의 존재는 필수적이라는 걸 알기에 오로지 그들만을 위한 곡으로 앨범을 마무리 했다. 자주 만날 수 없기에 섭섭하고, 그렇기에 더욱 친밀해지고 싶은 알렉산더 23의 마음을 이보다 더 솔직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 알렉산더 23은 틱톡으로 유명해졌지만, 단순한 틱톡 트렌드 이상이다. 소모되는 음악이 아닌, 살아있는 음악이 되기 위해 그는 자신의 일부를 조금씩 떼어다 곡을 만든다. 제 살을 내어주는 진솔함은 곧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 알렉산더 23의 이야기에 대중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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