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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라빛 Dec 07. 2020

01. 카페알바도 쉽지 않은 세상

[서른아홉 뭐라도전기] 육아와 알바는 스펙이 되지 않는다.


방황하는 청년과 여성들



20년만에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다. 18살, 고등학생 때 맥도날드 이후 처음이었다. 졸업 후 줄곧 국제교류 및 영어 전문직종에만 종사해왔던 나로서는 꽤 파격적인 시도였다. 대학교 때도 낮에는 직장, 저녁엔 수업을 들어야했기에 흔한 대학생 아르바이트 경험이 없었다. 시급보단 월급이 더 익숙한 이유였다. 배경과 상황이 어떠하든 현재로선 꽤 도전적이고 꽤 필요한 일이었다.  


알바천국-나에게 딱 맞는 알바! 과연 딱 맞는 알바를 구할 수 있을지?! 어플을 깔고 열심히 눈알을 굴렸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시급이었다. 8590원. 하루 꼬박 8시간 일하면 월200만원은 되는 금액이었다. 나쁘진 않았다. 급여계산기도 있었다. 주3일 3시간 정도면 335,930원. 용돈 수준이었지만 없는 것보단 았다.


배달*** 배달사원, 쿠* 라이더 모집이 메인 화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코로나 시대에 라이더가 대세라더니.. 부동산 직원, 아파트 분양 TM, 월300보장 미끼 성 업무가 대부분이었다. 무슨 일을 할지 뻔히 보이는 것들이었다. 아이 등/하원 시간이 겹치지 않으면서 주3회 정도 시간제로 일할 수 있는 곳을 검색했다. 집 근처 카페 1곳이 눈에 들어왔다. 완벽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통화버튼을 쉽게 누르지 못했다. 아이도 있는데 혹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서 일하다가 코로나라도 걸리면 어쩌지? 머리 속이 복잡했다. 원한다고 바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신분이 더 이상 아니었다.


‘그래, 일단 전화나 해보자.’


수화기 너머로 신호음이 길게 울렸다. 받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남겼다.

‘알바천국보고 연락 드렸습니다. 혹시 마감이 되었나요?’


1시간 후쯤 답문자가 왔다.

‘카페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뿔싸. 순간 거짓말을 할까 망설였지만 간곡함이 담긴 솔직한 답변을 적어 보냈다.

‘카페 경력은 없지만 맥도날드 알바 경험은 있습니다…(20년 전에..) 습득력이 빨라서 금방 배울 수 있습니다. 집에서 5분거리구요.’


대면 면접을 보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기분은 그랬다. 내 앞에서 면접관이 있는 듯했고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했다. 사장님의 답변은 무응답. 더 이상의 메시지는 없었다. 씁쓸했다. 3시간짜리 카페 아르바이트에도 경력이란 것이 필요했다. 커피 내리는 방법쯤 한 번 알려주면 될 쉬운 일이라 생각했다. 바리스타 자격증이라도 따 놓을 걸 그랬다. 바리스타는 시급 8800원. 경험과 자격증의 차이는 고작 210원. 월7560원이 차이였다. 16년 전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보다 현실은 더욱 팍팍해져 있었다. 카페 알바도 쉽지 않은 세상이었다.


몇 일 간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사이트 모집공고를 열심히 검색해 본 결과 취업에 관한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에 봉착하고 말았다.

1)     아르바이트 경험과 육아 경험은 경력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2)     청년 구직자와 경력단절여성은 취업 취약계층이다.

3)     카페 아르바이트도 경력이 필요하다.


청년 취업에는 어학점수가 필요하지만 경력이 되지는 못했고, 카페 알바에는 어학점수 따윈 필요치 않았다. 아르바이트는 회사원이 아닌 ‘알바생’이었다. 차이는 어디에도 소속해 있지 않음을 의미했다. 경단녀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꿀 알바라는 말이 있다. 꿀은 달지만 달콤한 유혹과 같아서 그 맛에 취하게 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당이 떨어졌을 때는 밥을 먹어야 한다. 어설프게 초콜릿을 먹으면 살만찌고 허기는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이 ‘알바는 꿀이다’ 현실적 의미였다.


시작장애 아이들에게서 배운다.
 ‘부딪히면서 배워요. 배운다는 건 그런 거에요.
온몸을 내던지는 것.’  
 -오소희


1)청년 취업자는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을 위해 워킹푸어(working poor)가 되었다. 2018년 청년 실업률은 9.9%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고, 청년의 새이름은 ‘78만원 세대’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In Seoul’증후군을 앓고 있다. 구질구질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 혹은 잘 살기 위해 대학도, 취업도 ‘서울’을 목표로 둔다. 하지만 현실은 청년들을 6평 짜리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로 몰아넣고 있다.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섰지만 ‘호텔거지’ 낙인이 또 찍히고 말았다. 사회적 평판이 어찌하든 그 마저도 청년들은 환영하는 눈치였다. 왜 청년들은 지옥고에 살아야 하는가? 연결고리는 비정규직이었다. 취업을 하였더라도 15개월 근로계약직으로 치솟는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엔 가난했다. 지금 청년들은 온 몸을 던져 살아가고 있지만 아르바이트는 이력서에 채울 수 있는 ‘스펙’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알바는 꿀이 아니다. 밥을 먹고 싶지만 정규직 취업은 너무 비싸다. ‘경험’도 ‘경력’도 되지 않는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허기진 욕구를 채우기엔 사회에 대한 갈증이 너무나 심하다. 꿈을 위해 살아는 가고 있지만 현실은 정작 스트레스만 살 찌우고 있다. 인터넷 기사의 문구가 아이러니하게도 경력단절여성이 되어보니 이해되는 시점이었다.


‘요즘 세상’에 태어난 청년임을 원망하고 있다.


경력단절여성은 청년 구직자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지만 ‘취업’필드에서는 같은 ‘취약계층’에 속한다.

사실, 구인구직 사이트를 검색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다. 아이가 18개월 되는 해 어린이 집 등원 후부터 줄곧 알아보았다. 직업상담사 국가 자격증이 있는 나로서는 일자리센터의 구인상담직으로 일할 수 있었다. 집 근처에 몇 개의 일 자리도 있었다. 하지만 9시- 6시. 풀타임 근무는 아직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고민만 하다 2년이 흘렀고 경력단절이 된 지 4년이 되었다. 이제는 고민의 문제를 넘어서 ‘나이’와 ‘경력’의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었다.


시에서 운영하는 일자리센터 홈페이지를 들어갔다.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 면접과 구인구직이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지방임기제공무원 채용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빨갛게 강조된 문구가 내 심장을 무너뜨렸다.


※ 관련 분야 최종경력을 기준으로 시험공고일 현재 퇴직 후 3년이 경과되지 않아야 함.
※ 시간제근무자의 경력은 근무시간에 비례하여 경력기간을 인정함(주 40시간 기준)


카페 알바에도 경력이 필요한 것은 그나마 수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출산육아 이전의 경력들까지도 유효기간 만료 취급을 받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육아경력 4년은 경력을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최대 3년 유효기간을 경과했으니 지원자격마저 상실되는 순간이었다.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 17조 제5항으로 아예 쐬기를 박아 놓으셨다. 그런데 나를 더 화나게 하는 건 그 아래 문구였다. 시간제근무자 경력은 인정해주면서 왜 육아경력은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인가? 인구 고령화와 저 출산이 심각한 이 시대에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한 것 만큼이나 사회 중대한 일이 또 어디 있는가? 남성 여성을 떠나 가정과 사회를 위해 희생을 한 점은 최소한이라도 인정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이는 아예 취업에서 배제시키겠다는 처사였다. 공무원 육아휴직기간 3년은 공무원연금 충족 기한 30년에 포함된다. 일하지 않고 육아 휴직기간을 가진 것 똑같은데 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론은 소속감이었다. 휴직이냐 vs 전업이냐. 기업에 속해 육아'휴직' 한 것은 사회적 ‘인정’이 되었다. 하지만 소속 없는 상태로 전업 맘이 된 것은 가정적으로는 육아'희생' 사회적으로는 ‘경력단절’이 되었다. 어느 쪽으로든 득 될 것이 없는 선택의 결과였다. 저출산율 전세계 1위인 이유가 여기 있었다.  


‘요즘 세상’에 출산한 엄마임을 원망해야 하는가?  
‘요즘 세상’에 태어난 청년임을 원망해야 하는가?

 

답 없는 이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지금 청년과 여성의 발목 잡는 것은 알바경험을 경력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 경력단절을 경력 유지할 수 있도록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 사회에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사회는 경력 없고 스펙 없는 청년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출산과 육아를 위해 희생하는 여성에게 이제 필요 없으니 집에 있으라고 외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여성가족부는 2019년부터 경력단절예방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재직여성이 경력단절 없이 일할 수 있도록 고충, 노무 상담, 직장문화 개선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또한, 경력이음사례관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었다. 경력단절 여성이 1:1 맞춤형 취업서비스를 제공받아 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였다. 홈페이지에 성공사례를 제시하고 있지만 홍보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고, 절차 및 방법 또한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 않았다. 직장문화개선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 대기업 남성이 육아휴직을 1년이나 낸 사례는 지인 10명 중 1명 접했다. 정부차원에서 노력은 하고 있지만 실제 경력단절여성이 피부로 와닿는 현실과 실질적인 도움은 없다고 느껴진다.


알바도 육아도 실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기피 대상이다. 기업에 속해 일한 것은 ‘경력’이 되었지만 단순’알바’는 ‘경력’이 되지 않았다. 현대 故 정주영 회장도 쌀가마니 들고 알바하던 시절이 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도 애 둘 전업주부였지만 가진 역량을 십분 발휘하여 변호사 사무소 대표가 된 사례도 있다. 지금 사회는 성장 가능성과 잠재능력은 보지 않고 있다. 알바도 기업도 오로지 ‘실무경력’ ‘몇 년 이상’이란 조건만을 따지고 있다. 알바도 실력이다 광고문구는 현실이 아니었다. 토익 점수 900은 더 이상 매력적인 이력서 한 줄이 되지 않았다. 경력단절 이전의 나를 어필하고 싶었지만 과거의 나는 더 이상 경력이 되어주지 못했다. 설상가상 알바 나이까지 커트라인에 걸렸다. 마음에 드는 자리다 싶으면 ‘20세~38세’ 지원가능 나이제한을 두는 곳이 많았다. 기업에 취업하기에 경력은 유효기간이 지났고 알바 나이는 출입금지였다. 더 이상 왕년에 잘 나갔던 커리어우먼이 아니었다. 청년 그리고 여성은 취업 취약계층으로 취급하고 있다. 우리도 나아가 성장하고 싶다. 하지만 꿈을 지탱하기엔 고된 현실이 걸리적거리기만 하다. 마음 놓고 꿈을 펼치고 역량을 발휘하는 사회, 마음 놓고 애 낳고 일도 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사회가 되기 위해서 대한민국은 청년 그리고 여성들에게 기회를 주어야한다.




육아와 알바가 스펙이 되는 세상
여성과 청년이 리스펙트 되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2020. 12. 7.

서른아홉 뭐라도전기 1부

여성과 청년이 리스펙트 되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






<자료출처>

1) 프레시안 인터넷 신문

2)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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