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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Jan 01. 2024

집짓기 3주 차

흙막이 공사 마무리

11일 차 2023년 11월 13일 월

1. 흙막이 작업. 토사반출 및 상단콘크리트 타설

명일 : 양생 휴무


날씨가 다시 영상으로 올라갔다. 햇살도 따뜻한 편. 흙막이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대지를 따라 지진까지 고려한 튼튼한 기반이 만들어진 거다. 장비를 위해 쌓아두었던 토사와 쇄석이 반출되고 매일 열심히 일한 다음, 현장에 퇴근해 있던 포클레인도 철수했다. 집 터를 따라 단정하게 콘크리트가 타설 되고 내일은 양생을 위해 하루 쉬러 간다. 날씨가 도와야 하는데, 이번 주는 최저 0도 최고 10도 수준으로 큰 문제없이 단단해질 것 같다


양생 : 콘크리트가 단단하게 굳도록 하는 것. 시멘트와 물이 만나 열을 발생하면도 강도가 생긴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수분공급이 잘되어야 하고, 날씨로부터 영향을 받게 된다. 영하로 내려가는 추위에는 수분이 얼게 되므로 가열 등 양생이 튼튼하게 되도록 보완이 필요할 수 있다고 한다.


12일 차 2023년 11월 14일 화

1. 콘크리트 양생 (실질적인 현장작업은 없음)

아침에 일어나니 싸늘한데, 기온은 어제보다 높다고 한다. 따뜻한 햇살을 부탁하는 기도가 필요한 시간이다. 서향집이라 오후에 해가 나면 좋을 텐데 예보상으로는 점심 이후 조금씩 흐려진다는 예보다.


콘크리트를 보양(保養), 양생(養生)한다는 단어가 이제 이해가 된다. 타설한 틀을 잘 보호해서 시간을 두고 잘 굳어가도록 하는 일. 따로 할 일은 없지만, 그래서 숨죽이고 기다리는 시간. 열흘 간의 작업이 아주 튼튼한 벽체로 단단히 성장하길.


13일 차 2023년 11월 15일 수

1. 흙막이 작업. 토사반출 및 버팀목띠장설치

명일 : 토사반출. 버팀목설치


현장사진 속 여전히 무성한 은행나무를 보고 상상할 수 있듯, 여전히 생각보다 추운 날씨는 아니지만 확실히 겨울로 가고 있음이 느껴지는 싸늘함이 있다. (매번 어쩔 수 없는 날씨 얘기)

이제 흙막이 공사는 마무리되어 토사를 퍼내기 시작한다. 지하가 드디어 생기는 건가?! CIP 기둥 사이에 설치된 H빔 안쪽에 서로 연결된 버팀목의 장력을 이용해서 흙막이 벽이 잘 고정되도록 하는 것 같다. 규모가 클 뿐 한 단계 한 단계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 신기하다. 아마도 꼼꼼한 설계와 숙련된 시공사의 역량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14일 차 2023년 11월 16일 목

1. 흙막이 작업. 토사반출 25T/D 5대 반출
버팀목띠장 코너잭키 설치 중 우천으로 작업중지

명일 : 토사반출. 띠장설치

작은 대지에 직접 들어가진 못하고 밖에서 흙을 퍼내는 형님 포크레인
바지런히도 일한 동생 포크레인
비가 와서 이른 마무리. 여전히 가을 같은 풍경

가을에 이렇게 비가 많이 왔던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심지어 첫눈이 올 수 있다는 예보도 있다. 오전부터 비가 내리더니 빗줄기가 꽤 굵어져서 현장도 점심쯤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연락이 왔다.


비가 오면 토사도 무거워지고 더 힘들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었는데, 귀여운 크기의 포클레인이 분주히 흙을 파내고 큰 포클레인에게 전달한 모양이다. CIP공사의 결과가 지하 벽체에 모습을 드러냈다. 퇴근길 어둑한 밤공기 속에서 텅 빈 ‘공간’이 만들어진 지하를 내려다보며 혼잣말.

‘우아! 깊네!!’ ‘우아! 큰데?!’

작다는 탄식이 설레는 감탄사로 바뀌는 순간, 추워서 인지 설레어서 인지 갑자기 으스스한 기분을 누구에게 들킬 세라 얼른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15일 차 2023년 11월 17일 금

1. 흙막이 작업. 토사반출. 잡석지정. 필름 깔고 버림 타설. 버팀목설치마감

명일 : 지하외벽 단열 및 방수-패널시공


매일 아침 7시 30분, 창 밖으로 공사현장을  확인하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어젯밤 보았던 텅 빈 지하가 떠올라 현장을 기웃거리며 사진 몇 장과 영상을 찍었다. 부지런히 흙을 파고 또 그걸 다시 퍼올려 반출트럭이 싣는 반복적인 작업으로도 이렇게 사람을 집중시킬 수 있구나 싶다.

바닥에 쇄석을 깔고 콘크리트가 예쁘게 부어지면서 마무리되었다. 저 안에 벽체가 세워진다고 한다.


오늘은 조명 스위치와 콘센트 타입을 정하고, 각 층별 콘센트 위치를 설계소장님과 함께 검토했다. 각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떠올리면서 일부 조정하기도, 추가하기도 했다. 지난 주말에 드린 추가 조명과 각 공간마다 설치하려는 실링팬과 연동 스위치까지 모두 반영해 오셔서 같이 한번 점검을 했다. 이런 건축가와 일하는데 일이 진척되지 않을 수가 없다.


스위치는 르그랑의 아테오 화이트로 정했다. 샘플을 직접 가져오셨는데 화이트가 예상보다도 더 예쁜 컬러여서 큰 고민 없이 결정했다. 게다가 컬러가 있는 다른 아테오 제품보다 30%가량 가격도 저렴하다!

콘센트는 소장님 제안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 설치되는 제품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펠라 제품(실버)을 적용하기로 했다. (화이트 제품 확인 후 변경도 검토)


구조를 세우는 단계에서는 스위치와 콘센트 매립박스가 필요하고 모델에 따라 종류가 달라지므로, 제품과 형태만 정하고 매립박스 먼저 구매하기로 했다.

특히, 먼저 벽체가 세워지는 지하에 벽 매립형 수전이 있는 지도 사전에 점검하고, CCTV 카메라와 컨트롤 박스의 위치도 잡았다. 모두 벽체가 새워질 때 고려되어야 전기선이 말끔히 정리될 듯하다.


겸사겸사 꿀벌처럼 모아놓은 수전들을 늘어놓고 만져보며 만듦새 좋은 제품의 매력을 칭송하며 비싼 가격을 치른 것의 이유를 찾고 뿌듯해졌다. ^^

수전은 만져보고 들어보며 느껴지는 무게와 촉감 그리고 좋은 재료가 주는 단단함까지 그냥 보면 알 수밖에 없다. 스위치를 포함한 자재 얘기는 별도로 써봐야겠다.

곧 첫 번째 기성이 다가온다. 토목공사라 비용이 크게 들어갔고 은행에서 받는 첫 번째 건축비 대출이라 긴장이 된다. 다음 주 초에 가장 먼저 챙겨봐야 한다.


16일 차 2023년 11월 18일 토

1. 지하층 단열 / 방수용 패널 설치
2. 형틀목공 먹매김 작업

(명일예정)

수도사업소 인입배관 폐관작업


형틀 목공 (型틀木工)

건축물을 지을 때 콘크리트를 타설 할 수 있도록 거푸집을 설계하여 만드는 일

먹매김 (Marking)

건축 공사 시 먹통, 먹물, 실(먹줄)을 이용하여 기초, 기둥, 옹벽 등이 세워질 곳에 표시해 두는 작업. 축소된 도면을 실제 시공위치에 1:1 크기로 정확히 표시한 다음 벽체 설치 작업이 이루어진다.

단열 / 방수 패널 설치
먹매김 작업. 도면을 따라 정확히 그려져야 한다.

두 번째 주말공사.

기온이 갑자기 영하로 내려갔다. 얼얼한 날씨에 밤새 우수수 떨어진 은행나무 잎이 온 골목길을 뒤덮어 여기저기 빗질 소리가 열심이다.

지하 벽체를 따라 단열 패널을 두르는 작업이라 종일 조용히 작업이 진행되었다. 줄을 딱딱 맞춘 패널이 한 장, 두 장 붙으며 콘크리트 기둥이 가려지는 걸 보고 있자니 쾌감이 있다.

다행히 낮부터는 해가 나고 날도 풀렸는데, 공사 중 생긴 수도관 누수로 벽체를 타고 물이 흘러 바닥 표면이 아직 질퍽해 보인다. 주말 해가 있을 때 바짝 마르기를 기대했건만.


오늘은 조소장님에게서 선물 받은 일회용 코닥카메라를 개시해 보았다. 매주 한 장씩 찍어봐야겠다.

기록용 필름카메라와 점심 휴식시간의 현장모습

17일 차 2023년 11월 19일 일

1. 수도사업소 인입배관 폐관작업

오늘 날씨 맑음. 좋음.

원래 일요일은 공사가 없는데, 수도누수 공사가 오전 9시경부터 시작되었다. 배관을 찾아야 하니 그렇겠지만, 네댓 명의 작업자가 왔을뿐더러 보도를 뜯고 땅을 파는 포클레인까지 투입된 생각보다 큰 작업이었다.

누수가 있는 쪽이 기둥이 젖어있고 바닥에 물이 약간 고여있다. 기초공사 단계라 걱정이 되어 조소장님에게 메일로 문의했는데, 약 5일 후 바닥 콘크리트 타설 전 현장감리에서 건조상태를 확인 후 결정하니 걱정 말라는 답을 받았다. 바로 안심. ^^ 비전문가에게 언제나 상세히 설명을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낙엽은 저기 저렇게 박제되는 건가 생각만 했는데, 관심법인가? 에어나 물청소로 바닥을 깨끗이 한 후 건물 바닥 면을 위한 콘크리트 타설이 될 거란 얘기도 덧붙여 있다.


수전을 중심으로 주방과 욕실 자재가 90% 완료되어 층별로 제품들을 분류해 두었다.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쇼핑몰마다 하는 이벤트가 구매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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