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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Jan 01. 2024

집짓기 8주 차

제대로 된 겨울의 시작, 1층이 열심히 생기는 중

41일 차 2023년 12월 18일 월 -15도/-3도

1층 천정보+슬라브 거푸집 설치

명일 : 1층 천정+계단거푸집 작업


추운데 공사는 계속된다. 이제 현장 안에서 불도 지피면서 일한다. 감리소장님이 슬라브 철근배근 작업 완료시점을 확인 요청했다. 목요일 철근배근 검측 가능.

콘크리트 타설은 날이 풀린 다음에 할 예정이고, 운이 좋으면 1주 정도 연기. 다른 작업들은 계속된다.


기성검토 서류검토를 마치고 감리서류를 보내주어서 우선 은행담당자에게도 메일로 보내두었다. (이렇게만 하면 되는 건가?)


42일 차 2023년 12월 19일 화, 눈

1층 천정보+슬라브 +계단 거푸집 설치

명일 : 거푸집 수직. 수평 철근 배근 준비


천정보가 완료되니 이제 2층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니 분주한 현장소리가 들린다. 공중에서 일하는 창 밖풍경이 신기하기만 하다.


기성금 대출 시마다 은행에 방문해서 안내룰 받고 사인해야 한다고 한다. 연말 휴가가 많은 시기라 미리 신청해 두기로 했다. 어려운 건설현장 뉴스도 들리고 대금이 제때 나가도록 잘 챙겨야 한다.


43일 차 2023년 12월 20일 수, 눈 -15도

1층 계단 거푸집설치

명일 : 철근 배근


눈이 온다고 전날 덮개를 씌워두고 가셨다: 현장소장님과 형틀목수(예상)님이 불을 피워놓고 계단작업을 한다. 한파가 이어지는 데다 한강 인근이다 보니 바람이 꽤 분다. 추운 날씨가 걱정이라 여쭈니 다른 현장들도 작업이 진행된다고 한다.

눈도 와서 현장 안전에 다들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2차 대출은 전체 공사금액에서 감리확인된 비율대로 계산해서 지급되어 서류는 간소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입금일 전 1주일은 여유를 두고 신청하는 게 나은 것 같다. 30% 입금하고 10% 부가세를 부담하려니 금액이 크다.


2023년 12월 21일 목 -15도

모든 게 꽁꽁 얼어버릴 거 같은 날씨.

안전문제를 고려해 오늘, 내일은 쉰다.


2023년 12월 22일 금 -15도

여전히 춥다. 밖에서 뭘 하기에 적합한 날씨가 아니다.


44일 차 2023년 12월 23일 토, -11도 -2도

1층 슬라브 보철근 가공조립 / 거푸집 고정

명일 : 일요일 휴무, 월요일 철근조립, 화요일 타설

보 철근 작업 중 (하중을 받는 층이므로 많은 철근이 투입)
철근 배근 현장 감리 중인 조소장님 (디행히 날씨가 풀렸다)
처음으로 작업현장에 들어가봤다! 생각보다 2층이 높고 크기는 소박하다

오랜만에 재개한 감리미팅. 날씨 말고는 별다른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시공사에서도 잘 챙기고 있고 현장 작업자와 관리자도 숙련된 분들이라 일이 물 흐르듯 진행된다.


낮부터는 날씨가 좀 풀려서 밖에 있어도 될 정도가 되었다. 조소장님이 현장 감리 중이라고 하여 나갔다가 누림 대표님이 한번 들어가 봐도 된다고 처음으로 작업현장에 들어가 보았다. 올라가서 보니 꽤 높고 신기하다. 꼼꼼하고 가지런한 철근 보를 보니 새집이 얼마나 튼튼할지 보인다. 현장소장님 얘기로는 이 정도 사이즈의 집에 이렇게 들어가는 건물도 없을 거라고 하신다.

바닥 면에 마킹해 둔 공간을 설명해 주시는데, 도면이 실재모습으로 그려지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

‘욕실, 현관, 계단… 모든 공간이 참 작네’

‘하, 작네요’라는 내 말에 옆에 서 계시던 현장관리자분이 ‘아니에요, 이 정도면 안 작다’고 경험에서 나온 건지, 위로의 말인지 덧붙여 주신다.


조소장님 얘기로는 집을 짓다 보면 커졌다 작아졌다를 몇 번이나 반복한다고 한다. 동바리와 형틀을 걷어내면 좀 커졌다가 마감을 하면 또 작아 보이다가, 가구를 넣고 나면 또 달라지는 식. 큰 집을 생각하고 지은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상상 속 공간과 실제 공간이 크게 차이가 날까 걱정이 된다. 물건을 줄이고 삶을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조소장님과는 PS(Pile 공간을 고려해서  욕실 샤워기 방향을 바꾸고 벽 선반 위치를 샤워기 뒤편에 배치하기로 했다. 쉽게 꺼낼 수 있도록 높이를 1200mm으로 조정하고 샴푸통 높이(최대 300mm)를 고려해서 두 단으로 나누었다. 선반 위쪽은 H 200-250m)


주말 동안 김대균 건축가의 ‘집생각’을 읽으면서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 생각이 깊어진다.

하루하루 지속되던 일상이 옮겨지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작스레 모든 것이 변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운동도 시작하고 오늘을 단정하게 보내기 위한 노력을 해보기로 한다.

새집은 내 삶의 분기점이 되고 크고 작은 결심의 계기가 될 것이고, 인생에서 여러 번 생길 일 없는 기회일 것이다. 원하는 일상의 모습을 그려보고 충만한 삶에 가까워지려는 의도적인 실천들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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