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쓰며 밥벌이를 한 지 10년이 넘었다.
학교를 다닐 땐 학교 신문사 활동을 하면서 꿈을 키웠고, 인턴 기자를 하면서 생각했던 것과 달라 '아, 탈출해야겠다' 싶었지만 어쩌나.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경력도, 그동안 관심을 갖고 입사 준비를 했던 것도 모두 언론사였던 것을.
결국 기자가 됐다. 그것도 연예부 기자.
급나누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자 중에서도 가장 '하급'이 연예부라고 하더라. 워낙 일이 고돼 예전처럼 학벌이나 이런 걸 덜 보면서 벌어진 일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버티고 남은 사람들을 보면 무시할 수 없는 사람들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풍자'라 하고, 현업에 있는 사람은 '비하'라 느끼는 기자 관련 코믹 콘텐츠를 보면 더욱 씁쓸하다.
어쨌든 기자가 됐고, 사회 초년생 때 운 좋게도(?) 연예인들 사건사고 전담반이 됐다. 그러다 보니 경찰서, 법원, 장례식장 등 사건 취재는 비슷한 시기, 함께 일을 시작한 친구들보다 더 많이 하게 된 듯하다. 경찰서 뺑뺑이 교육을 돌며 각 파트별로 어떤 사건을 담당하고, 입건이 뭔지, 송치가 뭔지가 헷갈릴 정도로 어리바리하던 수습 시절을 지나 이제 누가 사고를 치면 '이건 이런 식으로 연락을 해야 하는구나'라는 취재 과정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이어질 정도의 연차가 됐다.
그 가수 사건도 그래서 자연스럽게 맡게 됐다. 워낙 과거 이력이 만만치 않아 '언젠가 사고를 쳐도 놀랍지 않겠구나' 했던 그 가수는 음주 뺑소니에 단속을 피하기 위한 '술타기'라는 수법까지 만천하에 공개하는 기행을 벌였다. 그 기행이 통해 결국 검찰에서는 '음주' 혐의를 빼고 기소하기도 했고.
문제는 그 팬들이었다. 그 가수가 과거에 인터뷰했던 내용으로 기사를 써도 "사실이 아니다", "기사 내려라"라고 전화로, 메일로 협박하며 회사 업무를 마비시켰던 이번엔 잠잠한가 싶더니 본인들 팬덤에서 발생한 한 팬의 논란 행동을 기사로 작성하니 나를 안티의 사주를 받아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기사를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기자가 욕을 먹는 건 하루이틀이 아니다. 대부분은 욕을 먹더라도 내가 취재를 떳떳하게 했고, 문제가 될 내용이 없다면 '내 기사의 영향력이 이 정도구나' 정신승리가 가능하다. 렉카 유튜버가 내 실명을 들먹이며 씹어도 아무 타격이 없는 이유다.
그런데 이 팬덤의 문제는 주변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거다. 기사마다 찾아와 댓글을 쓰며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내 명예뿐 아니라 회사 명예를 훼손하고, 회사 독자서비스센터 연락처까지 공유하며 전화 테러를 일삼았다. 꼭 독자서비스센터가 아니더라도 대표번호면 무작위로 다 전화를 거는 건지 경영지원실에서도 "*** 팬들 때문에 업무가 안 될 정도다"라고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다.
너무 화가 가는데, 이걸 기사로 풀 수 없었다. 기사가 개인 블로그도 아니고, "이 사람들 욕 좀 해주세요"라고 쓸 순 없는 일이니까. 그래서 나만의 공간에 풀어내려 한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들은 10년 넘게 연예부 기자 일을 하며 겪은, 기사로 풀 수 없었던 기막힌 얘기들이다. 이건 다 그 가수 팬들 때문에 시작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