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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서기 Jun 11. 2021

우리들이 학교에서 나는 소리에귀 기울여야하는 이유

용화여고창문미투

학교 앞을 지나는데 아이들 특유의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작년에는 듣기 어려운 소리였고, 참 그리운 소리였다. 그런데 특이한 게 어느 지역에 있는 어느 학교에 가도 같은 소리가 난다. 뭐라고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모여서 웅성거리는 그 특유의 소리. 마치 라면을 먹을 때 모두가 같은 소리를 내는 것처럼, 아이들이 모여 있으면 항상 같은 소리가 난다. (아마 나라가 달라도 시대가 달라도 같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그래서 우리는 학교에서 나는 소리, 아이들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지금 내 앞에서만 나는 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A라는 학교에서 나는 소리는 B라는 학교에서도, C라는 학교에서도 나올 수 있다. 학교라는 공간을 너머 다른 아이들이 모여있는 그룹에서 나올 수도 있다. (아이들은 모두 같은 소리를 내니까) 하지만 우리는 너무 당장 앞에 있는 소리만 들으려 하지 않는가? 


2018년 4월 6일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의 모습 (연합뉴스)


용화여고에서 재학생들이 교실 창문에 미투 쪽지를 붙였던 것은 벌써 3년이 지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니 나는, 그곳에서 나오는 소리에 제대로 귀를 기울인 적이 없다. 해당 기사들이 포털 메인에 걸렸을 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라고 여기던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사실 나에게는 잊혔던 사건. 하지만 해당 사건의 미투 당사자였던 학생은 지난 3년이란 시간 속에 2차 가해를 겪으면서 싸우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교사 성폭력 사건에 대한 선고가 끝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우리의 오늘이, 학생과 교사가 멀어지는 일 없이, 학교 현장이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곳이 되는 데에 일조했다고 믿는다. 


조금 더 귀 기울여함을 나는 느낀다. 포털의 메인이 아니더라도 그것을 찾아서 보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계속 알아야 한다. 그렇게 귀 기울여 주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큰 힘이겠는가? 지금 당장은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이 없더라도, 귀를 기울이다 보면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영화 학교 가는 길 스틸컷

https://tv.naver.com/v/19792629


아이들은 스스로 잘 성장한다. 하지만 어른들이 조금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인다면 아이들은 더욱 잘 성장할 것이다. 그 시작이 아이들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믿는다. 최근 특수학교를 소재로 만든 영화 '학교 가는 길'을 보았다. 특수학교를 짓기 위한 장애 청소년 학부모들의 처절한 싸움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또 다른 아이들이 내는 소리가 담겨 있었다. 내 귀기울임은 여기서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용화여고 '창문미투'가해교사 법정구속..."3년이란 긴 시간이 2차 가해" 

- 한겨레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367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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