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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서기 Jun 28. 2021

빈센트 리버

의심스러웠던 만남

공연 관람일 : 2021.06.27.(일)

Cast : 우미화, 이주승 

연출 : 신유청



공연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었던 것이 이유였을 것이다. 아니타가 데이비를 집으로 들어오게 하는 시작부를 의심스럽게 바라본 것. 엉망이 되어 있는 집. 온기가 전혀 없는 집. 무대에 놓여 있는 박스들은 이사를 온 것인지, 아니면 떠나려고 준비하는 중인 건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세상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 같은 아니타가 담배를 진하게 피우는 것으로 분위기를 만들어낼 뿐이었다. 


아니타일까? 아니면 데이비일까? 

나는 분명 둘 중에 한 명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짐작하며 공연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공연은 단 한 번의 깜빡거림 없이 끝까지 진행되었다. - 암전이 없었다는 말이다 - 2인극의 긴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유지되었다. 그리고 대사들은 서로를 할퀴기도 하고, 자신을 보호하기도 하고, 진실을 감추기도 드러내기도 했다. 공연 후반부에 아주 긴 데이비의 대사가 펼쳐진다. 살해당한 빈센트에 대한 이야기. 그 긴 대사가 이어지는 동안 나의 시선은 데이비가 아닌 아니타에게 가 있었다. 묵묵히 듣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궁금해서였다. 


동성애 혐오 범죄를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은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이렇게 공연을 정보 없이 생으로 만나는 것이 조금 더 재미있는 것 같다. 나는 공연이 끝나고 한 번 생각해봤다. 이 작품을 누구에게 추천할 수 있을까? 극작을 전공하는 학생이나 대본을 쓰는 작가들에게 추천할 수 있겠다 싶었다. 신유청 연출 특유의 스타일. 대사 중심. 대사를 어째서 함부로 쓰면 안 되는지 무대 위에서 볼 수 있는 시간. 


아니타와 데이비, 두 사람 모두 피해자이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같은 잘못을 저질렀는데 그것은 몰랐다는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될지 몰랐다. 그것은 관심이 없었다기보다는 믿고 싶은 것을 믿는 나약하고 평범한 그런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리라. 


지금은 말고, 나중에 이 작품이 다시 무대에 올라온다면 또다시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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