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로스트 Apr 08. 2023

나에게 1년의 Gap Year 가 주어진다면...

노자의 도덕경에서 가르치는 삶의 지혜는 멈춤이다.   걸음을 멈출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지금까지의 나의 삶을 돌아보면  치열하게 달리고 살아남기 위해 쉴 줄 모르는 인생이었다.   생각해 보니 나에게 잠시 멈추었던 시간이 있긴 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하였다. 4-5년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나의 부족함과 한계를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영어 실력을 더 키우고 마케팅을 더 심도 있게 배우고자 유학의 길을 택한 것이다.  친구들이 모두 결혼 준비 할 때 난 혼자서 유학 준비를 하였다.  나의 2년의 유학 생활은 회사 생활을 멈추고 선택한 인생의 처음의 Gap Year였던 것 같다.  2년의 유학 생활 이후에 내 인생과 커리어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고 결국 미국에 취업을 결심한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나에게 그런 시간과 기회가 다시 주어 진다면. 앞으로 후반기의 삶을 위한 준비 기간으로 쓰고 싶다.    

난 1년 동안 사색을 하고 책을 쓰는 기간을 갖고 싶다.  젊은 후배들을 만나 그들의 고민을 듣고 싶다. 어떤 책을 쓸지는 아직은 모르겠지만 나의 30년 커리어의 경험을 반영한 주제가 될 것이다.  일을 하면서 일이 힘들기보다 사람 관계가 늘 힘들었다. 한국에서도 그렇고 미국에서도 그렇다. 직장 생활을 잘하기 위한 소통의 중요함은 해가 갈수록 더 느껴진다.  아마도 그런 맥락에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은 연못에 내가 좋아하는 하얀 수련이 자라는 정원이 있는 집에서 지내고 싶다.  한옥을 기반하지만 모던한 디자인의 집에는 큰 창에서 햇빛이 아침을 알려주고 그 창 밖으로 자작나무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중정이 있는 작은 집에는 아담한 매화나무가 자라고 있고 그 나무를 바라보면서 오후에는 차를 마시고 가끔 낮잠도 자고 싶다.    


30분 차를 타고 나가면 바다가 있어 책을 쓰는데 소재가 막히거나 머리가 복잡해지면 언제든지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맑게 할 수 있는 그런 장소.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는 싱싱한 회를 먹을 수 있는 곳.  난 바다뿐 아니라 산도 좋아한다.  4계절의 변화를 산을 오르며 경험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사하고 싶다.   


그런 곳이 어딜까 생각하니 강원도 속초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유럽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어고 태라스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인스타 사진 뽑아낼 수 있는 나의 멋진 삶을 자랑하고 싶은 때가 있었다.  그런데 미국 생활을 오래 하면 할수록 나의 마음은 한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향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만 산 나는 강원도나 제주도의 생활이 파리지엥보다 더 힙하게 보인다.  


하루에 5시간은  책을 쓸 시간을 할애할 것이다.   주말에는 서울에 가서 가족과 옛 친구를 만나 안부를 묻고 싶다.   남동생이 사는 대전도 가끔 놀러 갈 것이다.  동생과 만나 사는 얘기를 하고 대전 명소 성심당에서 팥이 가득한 튀김 소보로를 사면서 나는 행복을 느낄 것이다.   


소처럼 일하고 놀 줄 모르는 나에게  Gap Year는 게으림이나 시간의 낭비가 아니라 새로운 창조를 위한 멈춤이어야 한다.   

가족을 보살펴야 하는 책임이 없고 조직에서도 벗어난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이 될 것이며  그 시간은 비우면서 채우는 가장 우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상상만 해도 충만해지고 행복해지는 나의 Gap Year 는 더욱 성장할 수 있고 나의 남은 인생의 방향성을 잡아줄 멈추는 시간.    내가  나를 찾을 수 있는  혼자 만의 공간과 시간이 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경력 5년 차에게 주는 커리어 조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