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해 있는 스터디 그룹의 같은 조 멤버로부터 연락이 왔다. 직업에 고민이 있는 나와 같은 직종의 후배 최 땡땡님을 소개해주고 싶다고 했다. 홍보 대행사 경험과 현제 기업의 홍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의 경력이 내가 걸어온 경력과 비슷하여 내가 생각이 났다면서.
줌미팅으로 만난 젊은 그 청년은 첫인상이 아주 맑고 바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5년 경력을 쌓고 앞이 보이지 않아 캐나다 유학을 택했던 당시 내 모습이 생각났다. 그래서 그의 고민이 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맞는지 그럼 무엇을 어떻게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지 등등. 나는 유학의 길을 선택했지만 이 청년은 어떤 길을 택하고 싶은 것일까?
미국이라는 낯선 나라에 떨어져서 누구한테 물어봐야 할지 몰라 많은 실패와 오류를 거쳐서 멘땅에 헤딩을 한 나로서는 후배들에게 경험을 나누는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특히 마케팅직업 관련 질문이 오면 남다른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최 땡땡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서없이 하면서 한 시간이 지나갔다.
어느 분야에 종사하고 있던지 5년이라는 경력은 참 애매하다. 완전 신입은 내가 뭐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상사가 시키는 일을 할 때이다. 같은 직종으로 10년 차 정도 되면 만 시간의 법칙으로 나름 전문가의 문턱에서 아는 척을 할 수 있는 경력이다. 5-6년은 그도 아니고 이도 아닌 그래서 애매할 수 있다.
각자의 재능과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나의 경험과 조언이 모두에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그와 대화를 마친 후에도 주말 내내 대화의 잔상이 남았고 그에게 다 해주지 못한 이야기를 써본다.
커리어는 굽이 굽이 산등성이를 걸어 올라가는것
우리는 산의 정상을 향하여 전진하고 일을 한다. 이 산이 맞는지 확신이 없어도 어느 때는 다수가 가니까 따라 올라가기도 한다. 정상이 보이는 산을 올라가면서 남산의 케이블카처럼 직진으로 올라가면 얼마나 좋을까? 정상이 보이기 때문에 적어도 내가 가는 길이 맞다는 확신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산을 오를 때에는 수없이 이어지는 굽이 굽이 산등성이를 오를 쪽 왼쪽으로 걸어야 한다. 심지어 아래로 내려가야 할 때도 있다. 그때에 커리어 멘붕이 생길 때인 것이다. 옆으로만 가는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의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는 체 겄는 길은 외롭고 답답하기도 하다. 앞으로 나가지 않고 옆으로 오른쪽 왼쪽으로 가는 등산길이 경력 5-6년 차가 꼭 겪어야 하는 경험과 배움이다. 그 모든 스텝과 스텝이 필요한 경험이고 그 발자국들이 모여서 당신의 커리어가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경험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길이 결국 위로 향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가지 않은 길
산을 오르다 보면 심지어 두 길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숨을 헐떡이면서 어느 길로 갈지 고민하다가 대부분 쉬운 길을 택한다. 커리어에서 어려운 길은 하고 싶지 않은 어려운 프로젝트를 맞아 본다든가 까다로운 대상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들일 테다. 나는 그것을 피하지 말고 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나는 수없이 남들이 가지 않은 어려운 길을 택했다. 그중 하나는 대부분 또래의 친구들이 결혼할 때 나는 미국 취업 길을 선택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나도 피하고 싶다. 하지만 어려운 발표 준비를 하고 그것을 결국 해내었을 때에 준비하면서 지식을 쌓고 많이 성장해 있는 뿌듯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결국 커리어를 쌓는 데 있어서 지름길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라. 이산이 아닌가 봐?
설령 많은 시간과 노력으로 자신과의 싸움으로 정상까지 올라간 그 산이 “ 이 산이 아니다”라고 올라가서야 알게 될 수도 있다. 나는 그것이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경험 또한 의미 있으며 앞으로 어떤 일을 격기 전에 직관의 수준을 높일 수 있고 커리어는 결국 긴 여정이기 때문이다. 일찍 정상을 올라가면 빨리 내려오는 일만 남았다.
최땡떙님 파이팅!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최떙땡 청년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그의 커리어의 정상이 마케팅이 아닐 수 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장인이 되어 후배를 가르치면서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 있는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의 눈빛과 겸손하지만 진지한 자세가 말해준다. 굽이 굽이 올라가는 모든 스텝을 꾹꾹 눌러 한 발자국 올라가는 등산길을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나보다 먼저 달리고 있는 사람에게 주눅 들지 말기를.
그리고 사족인데 무슨 일을 하든지 고개를 들고 당당히 겄길 바란다. 그래서 뿜어 나오는 자신감으로 이미 반은 성공한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