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부케의 시대
윤리학자 Von Wowern은 polymath 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Knowledge of various matters, drawn from all kinds of studies [...] ranging freely through all the fields of the disciplines, as far as the human mind, with unwearied industry, is able to pursue them". Von Wowern lists erudition, literature, philology, philomathy and polyhistory as synonyms".
최근에 알게 된 polymath이라는 용어에 관심이 생겼다. Polymath는 한 가지만 파는 전문성 (specialist)과 반대되는 개념일 것이다. 우리는 자라면서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배워왔고 대학교에 공부한 4년 전공 공부한 것으로 평생 일하는 것으로 오랫동안 살아왔다. 특히 한국은 어릴 때 우연히 정해진 전공으로 직업이 정해지고 한 길로 쭈욱 가는 것이 미덕이며 성공의 길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20년 30년 한길만 보고 가다가 “ 앗. 이 길이 아닌가 봐” 하고 산 정상에서 후회하고 다른 산 정상으로 올라가려니 이미 들어버린 나이와 쇄약해진 체력에 무릎만 후들후들. 이번 생은 이렇게 끝나는구나 포기하고 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벤자민 플랭클린이 polymath에 가장 알려진 일물일 듯하다. 그들은 천재라서 그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얼마나 많은 직업을 갖고 많은 일들을 해내었는지 정말 현실성이 없는 케릭터이다.
영문과 전공으로 마케팅만 25년 넘게 한 나로서 이걸로 몇 년을 더 해 먹으면 난 다음은 무엇이지? 혹시 나한테 더 뛰어난 내가 모르는 재능이 있는 건 아닐까? 은퇴후에 처음 부터 시작하고 싶은게 무엇인가?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은 과연 무엇이지? 마케팅이 과연 나의 최선의 선택 이었을까?
나의 polymath는 무엇일까?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거나 색을 조합하는 것을 좋아했었다. 미술시간이 좋았고 실과시간에 바느질 실습은 엄마 도움 없이 늘 혼자 했고 손으로 쪼물딱 거리는 걸 좋아했다. 20살 대학생이 되어서 방학 내내 방구석에서 한 것은 뜨개질을 하기도 했었다. 몇 년 전에 일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도자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매력에 흠껏 빠져 2년 동안 배우고 집에 열심히 만든 도자기를 들고 와서 혼자 성취감을 느꼈다. 처음 2년은 발전하는 모습이 보이고 재미가 붙어서 지속할 수 있었는데 어느 정도 수중에 오르면 내 옆에서 엄청나게 잘하는 사람들 작품에 비해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게 된다. 조각보 바느질을 배워 2년 가량 하다가 실력이 더이상 늘지 않아 요즘은 처음 시작할때의 열정이 식어진 상태이다. 2년 이상 지속되지 않는 나의 취미 생활은 무엇이 문제 인가? 난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다. 지속력이 없어서가 아니고 다른 사람들보다 너무 못하는 내 모습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일테다.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전문가 수준으로 잘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10,000시간 법칙”처럼 우리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그 분야에 뛰어난 실력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요즘은 글을 쓰는데 노력하고 있다. 글 잘 쓰는 것을 가르치는 강의도 듣고 책도 읽고 하면서 나의 부족한 글 쓰기 실력을 향상하고 싶은 마음으로 다른 작가들의 글을 보여 난 또 좌절한다. 글 쓰는 것도 타고나는 건가? 저 정도로 쓰려면 난 얼마나 더 써야 되는 거야? 2년 남짓 신나게 배우다가 그만둔 도자기와 조각보 바느질처럼 나의 글쓰기는 멈추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새로운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배우려면 나의 내가 부족하고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뭐든지 잘해야 한다는 ego는 잠시 내려놓자. 그것이 진정 polymath의 시작일 테다.
요즘은 부케라는 말이 유행이다. Polymath는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가장 시기적절한 트렌드 일수 있다. 80에 미술을 배우기 시작하여 전시까지 하게 되었다는 이시형 정신의학과 박사님. 요즘은 대금 불기를 배우시고 있다고 한다. 나도 재수가 좋으면 지금까지 산만큼 더 살게 될 것이다. 그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새로운 것을 접할 기회가 있을까? 나도 모르는 나를 발견할 수 있고 성인이 돼서 오랫동안 나의 직업 타이틀이었던 마케터에서 벗어나 다른 능력을 키우고 다른 직업인으로 태어나고 싶다. 그것이 작가이든 무엇이든 좋다. 진정한 부케의 시대를 살기 위해 오늘도 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려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고 있다. 그걸 발견하면 용감히 시도하고 2년의 고비를 잘 넘기자. 남들 만큼 소름 끼치게 잘하지 않아도 포기하지 말자. 나의 ego대신 호기심으로 채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