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심하면 걱정한 일이 생긴다.
무슨 큰 뜻을 가지고 일부러 혼자여행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속한 스터디 그룹에서 하는 연간 리트릿을 올해는 런던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 지나 펜실 베니아에서 1년 동안 공부했던 Executive program을 끝내면서 졸업식과 콘퍼런스 일정이 잡혀 있었다. 그래서 중간에 뜬 일주일을 혼자 여행을 하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런던에서 켈리 포니아에 와서 다시 동부에 있는 펜실 베니아에 가는 것보다 경비와 시간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들을 꼬셔서 같이 가자고 해 보았지만 시간과 형편이 맞아야 하는 해외 여행에 쉽게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래, 까짓 거 혼자 가보자. 그동안 해외 출장은 혼자 다녀도 현지에 있는 그 나라 동료들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찐으로 혼자 여행은 이번이 50 평생 처음이다.
어느 나라를 갈까?
유럽은 출장으로 스페인, 독일, 오스트리아 도시 몇 군데 가보고 아주 오래전 싼 단체 관광 참석 이후 거의 20년 만이다. 어느 나라를 갈까 고민 중 지인의 추천으로 포르투갈로 정했다. 그리고 인기 관광도시인 포루토와 리스본에 가기로 결정하고 비행기와 숙소 서치에 들어갔다.
샌프란시스코- 런던 – 포루토 – 리스본- 펜실베이니아 – 센프란 시스코
이것이 나의 2주 동안의 살벌한 비행과 기차 일정이다.
두 가지 걱정
여행 계획 중 가장 신경이 쓰여 많은 준비를 했던 것은 소매치기를 안 당하기와 가방을 부치지 않고 작은 가방으로 2주 여행하기였다. 가방을 들어주는 남편은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힘들일인가 싶어 오기도 생겼다. 그리고 심각한 길치인 내가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까지 잘 찾고 기차도 문제없이 타면서 이동할 수 있을까?
나는 쌓이고 쌓이는 걱정에 이럴 거면 그냥 여행을 안 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하면서 실제로 여행을 취소하기도 했다. 그때 남편이 이런 기회가 생겼을 때 가 보라고 독려하여서 다시 마음을 바꾸었다. 마침 고등학교 졸업한 아들은 친구들과 같은 기간에 한국에 여행을 하는 일정도 있고 나는 아들 고등학교 졸업 기념과 나의 새로운 인생의 준비를 하는 일종의 세리모니가 되는 여행을 만들기로 했다.
막상 인생 처음 자유 여행 준비는 즐거움보다는 스트레스가 더 심했다.
난 소매치기에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해 내가 본 유튜브만 10개가 넘었고 주문하고 반납한 크로스 여행 가방만 6개였다. 결국 pacsafe라는 브랜드의 가방으로 결정을 하기까지 내가 보낸 시간만 엄청났다. 가방과 지갑을 연결하는 끈도 구매하고 자물쇠도 준비했다. 그리고 소매치기의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든 여행자처럼 보이지 않고 현지인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수화물을 붙이지 않고 무조건 내가 이고 지고 다닐 것이라는 계획으로 가장 가볍고 효율적인 가방 싸기도 연구 또 연구를 했다. 다이슨 헤어 드라이기 포기, 유펜 졸업식에 입을 정장 포기, 심지어 속옷과 양말은 현지에서 세탁을 할 생각으로 조금만 넣어가기. 그리고 결정적으로 쇼핑도 포기. 혹시 몰라 이것저것 많이 가지고 다니는 나에게 이번 여행으로 경량 여행이 처음이 된 것이다.
런던에서 생긴 일
첫 번째 여행도시는 리트릿 장소인 런던. 아침에 도착해서 가방만 호텔에 맡기고 겔러리과 전시등 일정을 보냈다. 비행기에서 잠을 못 자는 나로서는 아침에 도착하는 일정은 시차적응에 쉽지 않았다. 오후에 내렸던 오락 가락 하는 비는 낯선 도시 런던에서의 내 정신 같았다. 졸지 않으려고 버티며 다녔던 첫날의 나의 일정에서 나의 비장의 가방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내 신용카드 회사로부터 이메일을 받기 전까지. Chase Fraud Alert requires confirmation of a transaction…
난 4천 불을 그날 사용한 적이 없다 “ No” 클릭을 한 후에 신용카드 사이트에 들어가서 명세서를 확인한 후에 알게 된 사실. 누군가 4000불을 두 번이나 사용했다.
그리고 가방을 확인해 보니 나의 신용카드와 현금 300유로가 사라졌다.
시원하게 털렸다. 그것도 여행 첫날에.
다른 스터디 그룹 멤버들은 저녁을 먹고 뒤풀이를 하는 동안 나는 카드 회사에 연락하여 카드를 닫느라 정신이 없었다.
잃어버린 카드와 현금 때문에 기분 나빴지만 소매치기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그들의 타깃이 되었다는 것이 더 기분이 나빴다. 멍하니 호텔방에 혼자 앉아 망연자실 앉아 있다가 생각했다.
나에게는 아직 런던에서의 3일이 더 남았고 포르투갈 나 홀로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일로 나의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스터디 그룹 정식 일정을 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처럼 하루 종일 기분 좋게 다녔다. 이런 일로 나의 여행을 망칠 수는 없다고 다짐하면서.
살면서 특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많이 겪었던 일. 너무 걱정하면 그런 일들이 생긴다. 즐겁게 건강하게 지낼 생각을 했으면 소매치기는 당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까?
그리고 처음부터 나쁜 일을 치루고 액땜을 치렀다고 생각하니 이상하게 기분이 가벼워졌다. 가벼워진 지갑처럼...
여행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처음부터 예기치 못한 사건이 있었지만, 그 덕분에 나는 혼자서도 무너지지 않는 자신감을 얻었다. 걱정으로 가득했던 마음은 현실이 되어 나를 시험했지만, 그 역시 여행의 일부가 아닌가.
'걱정이 심하면 걱정한 일이 생긴다' 내 마음이 만든 그림자가 어쩌면 현실을 끌어당긴 건 아닐까. 이제는 덜 걱정하고, 더 믿기로 했다—나 자신을,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길을.
런던에서의 액땜을 지나, 포르투갈에서의 여정은 더 가볍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진짜 여행은 이제부터다.
생전 처음 혼자 유럽 여행기 두 번째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