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 그래서 더 풍성했던 만남

by 프로스트

포르투갈에서 나의 본격적인 일주일 동안의 나 혼자 여행이 시작되었다. 관광지로 유명한 두 도시 포터 (Porto)와 리스본이 나의 여행지였고 리스본의 주변 작은 도시들 몇 군데도 방문하였다. 설렘과 두려움으로 도전한 인생 처음의 나 혼자 여행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몇 가지에 꼽힐정도의 기대 이상의 경험이 되었다.


혼자 여행에서 많은 좋은 점들을 찾았지만 그중에서 최고는 단연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나운서 출신 손미나 작가의 책이 떠오른다. 스페인을 비롯한 해외여행을 통해서 만난 새로운 인연에 대한 글들이 많이 나온다. 외향적인 성격과 그녀의 직업 특성상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렵지 않겠구나 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막상 내가 그 입장이 되니 혼자라는 상황이 낯선 사람들과 얘기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독일에서 여행온 교수

포트 여행 중에 유명한 맛집에 들어가 작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데 식당 주인이 내 앞자리에 모르는 사람을 앉혔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무시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거리라서 서로에 대해서 물어봤다. 그녀는 독일에서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는 교수이고 포르투갈은 세미나가 첨석차 여행주이라고 했다. 딸 두 명이 있는 그녀는 이런 혼자의 출장이 나름 힐링과 자유의 시간이라고 살짝 고백했다. 실리콘 벨리에서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나로선 그녀와 공통 관심사가 많았고 일하는 여성의 이야기도 각자의 에피소드를 나누었다. 심지어 내가 근무하는 공용사무실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링크드인 연결을 바로 했고 언젠가 실리콘벨리에 방문하면 연락하기로 했다. 혼밥을 먹고 있었기에 만날 수 있었던 소중한 인연이다.


아름다운 리스본 현지 한국여인

리스본에서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한테 추천받아서 갔던 식당은 갤러리처럼 너무 아름다웠다. 옆 테이블에 아름다운 아시안 여성이 유창한 포르투갈 언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같이 온 일행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 제가 사진 찍어 줄까요? 내가 아는 유일한 외국어인 영어로 물어보았다. 그녀는 날 보더니 “ 한국분 이세요? 한국 사람을 잘 알아보는 내가 헷갈릴 정도로 그녀는 한국 사람처럼 생기지 않아서 그녀의 질문에 찐으로 놀랐다. 리스본에서 6년 정도 살고 있고 남편의 건강 때문에 한국을 떠나게 되었다는 그녀는 리스본에서의 인생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리스본에 사는 한국 교포는 300명 정도밖에 안된다고 해서 작은 숫자에 놀랐다. 그녀와 연락처를 주고받았고 본인이 아주 좋아하는 식당을 추천해 주었다. 성을 호텔로 만든 건물 안에 있는 식당인데 꼭 가보고 호텔을 둘러보라고 했다. The Folk 앱으로 예약하면 50프로 디스카운트받을 수 있다는 팁까지 공유해 주었다. 난 그 식당에 바로 예약을 했고 다음날 방문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곳일까 궁금해서 예약 시간보다 일부러 30분 일찍 가서 둘러보았다. 내가 가본 레스토랑 중 가장 아름다운 장소였다. 나를 중세 시대 유럽으로 데리고 가는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았고 그 시대에 귀족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정말 아름다운 이런 장소는 한국의 어느 블로그나 유튜브에도 나오지 않는다. 오직 현지에 사는 사람만 아는 숨겨진 장소 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면 나 때문에 유명해 질까? 한번 시험해 보자. 식당 주소는 아래.

Velle Flor

R. Jau 54, Pestana Palace, 1300-314, Lisbon


시카고에서 온 털털한 여성

귀족 같이 우아하게 앉아서 음식을 기다린 건 딱 5분. 어느 백인 여자가 옆 테이블에 앉아 혼자서 맛있게 먹는 음식이 너무 궁금해 메뉴를 물어보았다. 아줌마가 되면 챙피함이 적어지는게 사실이다. 그녀는 치킨 파스타인데 셰프가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은 자신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 준 것 이라며 메뉴에 없는 음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보고 꼭 먹어보라고 작은 접시에 덜어서 주었다. 그녀는 미국 시카고에서 왔고 친척 결혼식 참석차 리스본에 여행 중이라고 했다. 성격만큼이나 그녀의 목소리는 뭐랄까… 허스키톤의 터프했다. 여러 번 거절했지만 안 먹으면 거의 때릴 것 같을 정도로 완고해서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음식을 먹어 보았다. 혼자 여행을 하면 그렇게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이상한 현상이 생긴다. 참 신기 했다.


혼자 여행을 하는 한국 여성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만 여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혼자서는 갈 수 없는 차량이 필요한 리스본 인근 여행은 한국의 그룹투어인 마이 리얼 트립과 함께 하기로 했다. 한국 사람들과 버스 한 대에서 하루 종일 같이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역시 그 그룹에서 나처럼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 30대 중반의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멋진 두 여성을 만났다. 두 사람은 서로 나이가 동갑이고 똑같이 남자 친구가 없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금방 친해졌다. 여행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만으로도 서로가 가까워질 수 있는 이유는 충분했다. 거의 막내 이모 정도 나이인 나를 잘 따르고 사진도 서로 찍어주고 계속 밥도 같이 먹었다. 서로 어느 여행지를 가보았는지 왜 여행을 좋아하는지…그리고 포르투갈에서 각자의 여행 소감등을 나누면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친해졌다.


미국에 살면서 30대 중반의 한국 여성을 만날 기회는 많지 않다. 그들의 고민, 행복, 관심사들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마도 혼자 여행에서 발견한 재미가 아닐까 한다. 내가 가족들과 왔으면 그들과 대화할 기회는 생기지 않을 테니까.

그룹 투어를 마치고 저녁식사는 리스본에 돌아와서 "꽃보다 할배" 주인공분들이 먹은 식당에서 해물밥을 시켜서 그들과 같이 먹었다.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커리어 주제로 흘렀고 그들보다 20년은 더 일한 나는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었다. 꼰대로 생각하지 않았기를 바랄 뿐.



혼자 여행을 떠나면 외롭고 쓸쓸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 포르투갈 여행에서 나는 오히려 ‘혼자였기에 가능했던 만남들’을 통해 혼자가 주는 자유와 따뜻함을 동시에 느꼈다. 낯선 도시에서의 우연한 대화, 테이블을 함께한 식사,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의 웃음은 모두 내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놀라웠던 건, 현지인들이 보여준 진심 어린 배려와 따뜻한 마음이었다. 식당에서 길에서, 나를 낯선 이방인으로 대하기보다 기꺼이 도와주고, 정보를 나누고, 함께 웃어주었다. 마치 이 도시가 나를 환영한다고 느껴질 정도로 사람들의 ‘도와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여행 내내 전해져 왔다.

누군가와 함께였다면 지나쳤을 수도 있었던 순간들. 그 순간들이 쌓여 나를 더 단단하게, 더 유연하게 만들었다.


혼자였지만 결코 외롭지 않았던 여행.
그것이 내가 이번 여행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닫는다. 너무 걱정하지 말 것. 마음을 열고 한 걸음 내딛으면, 그곳엔 생각보다 따뜻한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여행지에서 마주한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과, 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 순간들을 나눠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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