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험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 나 혼자 여행

오르막 골목과 구워진 에그 타르트처럼, 인생은 풍미로 완성된다

by 프로스트

포르투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단순한 관광이 아닌 처음 시도해 본 새로운 경험이었다.
유럽 여행의 매력이라면 아름다운 경관, 오랜 세월의 이야기를 품은 유적지, 예술, 그리고 맛있는 음식일 것이다. 포르투갈은 특히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라 중 하나로, 도시 구조가 크게 바뀌지 않아 마치 시간을 거슬러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좁고 가파른 오르막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뜻밖의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이런 오르막은 여행자에게는 순간의 수고지만, 그 끝에 펼쳐진 풍경은 오직 그 수고를 견딘 자만이 볼 수 있는 보상이 된다. 어쩌면 인생도 그런 오르막길 같다. 조금 힘들고 숨이 차지만, 결국 새로운 시야와 만남으로 보답해 준다. 길을 잃어도 불안하지 않은 도시. 어디를 가든 그 길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곳. 포르투갈은 그런 매력을 가진 나라였다.


음식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고기보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에겐 천국 같은 곳이었다. ‘해물밥’은 한국의 해물탕을 닮아 정겨웠고, 다양한 해산물 요리들이 눈과 입을 동시에 즐겁게 해 주었다. 그리고 포르투갈은 아마도, 한국을 제외하고 내가 가본 나라 중 가장 ‘빵집과 카페’가 많은 곳이 아닐까 싶다. 골목을 돌면 나오는 또 하나의 빵집.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단연코 ‘에그타르트’였다.




내 손으로 만든 첫 에그타르트

에그타르트를 직접 만들어보는 쿠킹 클래스에 참가했다. Airbnb를 통해 리스본에서 예약한 이 클래스는 ‘파스텔 드 나타(Pastel de Nata)’라는 본래 이름보다는, 우리가 익숙한 ‘에그타르트’로 불리는 디저트를 만드는 시간이었다.


요리에 큰 재주는 없지만, 빵을 워낙 좋아하고 디저트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20명이 모여 있었고, 두 그룹으로 나뉘어 수업이 진행됐다. 자연스럽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관광객들과 같은 그룹이 되었고, 그들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와 바이브 덕분에 나도 모르게 친해졌다. 나도 이제 미국 사람 다 된 것 같다.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에 위생모를 쓰고,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 강사는 친절하고 유쾌했으며,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지도해 주었다.


계란, 밀가루, 설탕을 섞어 반죽을 만들고, 손으로 눌러 반죽을 틀에 붙이던 순간—이 익숙한 감촉은 몇 년 전 도자기 수업에서 만졌던 흙 반죽과 닮아 있었다.


오븐에 들어간 타르트를 바라보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그 순간은, 마치 도자기를 굽던 기다림과 흡사했다. 다만 에그타르트는 훨씬 빨리, 훨씬 맛있게 결과를 보여주었다. 각자 세 개의 타르트를 만들었고, 구워지는 동안 함께 수업을 들은 이들과 자연스럽게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며 웃었다. 같은 관심사로 모인 사람들은 어쩌면 아주 쉽게 친구가 된다.

egg.jpg 에그 타르트 만드는 과정


에그타르트, 수도원의 지혜가 만든 달콤한 유산

그렇다면 이 달콤한 디저트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18세기 초, 리스본 벨렝(Belém) 지역의 제로니무스 수도원(Mosteiro dos Jerónimos)에서는 옷 세탁이나 와인 정제에 사용하고 남은 계란 노른자를 활용해 디저트를 만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파스텔 드 나타’. 1834년, 수도원들이 문을 닫으면서 이 레시피는 인근 설탕공장에 넘겨졌고, 지금도 존재하는 Fábrica de Pastéis de Belém 제과점이 이를 계승했다.

이곳은 여전히 비밀 레시피를 고수하며, 하루에도 수천 개씩 에그타르트를 구워낸다.


포르투갈이 과거 식민지였던 마카오에도 이 디저트는 전해져, 지금은 마카오식 에그타르트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수도사들의 지혜, 재료의 절약, 역사와 문화의 흐름이 하나의 타르트 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OIP (1).jpg Fábrica de Pastéis de Belém


한 입의 타르트에서 깨달은 삶의 풍미

오븐에서 막 꺼낸 나만의 첫 에그타르트를 보고 있자니, 도자기 공방에서 막 꺼낸 작품을 바라보던 감정이 되살아났다. 특히 그 타르트가 기대 이상으로 예쁘고 맛있게 구워졌을 때, 마음 깊은 곳에서 뜨거운 기쁨이 올라왔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구워진 타르트를 한입 베어문 순간—

“그래, 이게 바로 행복이지.”

남은 두 개의 타르트는 소중히 포장해 숙소로 가져가, 이틀 동안 아껴 먹었다.



왜 인생은 ‘풍미’로 완성되는가

포르투갈의 에그타르트는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다.
그 안에는 수도사의 지혜, 식재료의 절약, 시대의 변화, 그리고 여행자의 설렘이 녹아 있다. 이처럼 재료의 우연한 조합이 특별한 맛을 만들어 내듯, 우리의 인생도 다양한 경험과 도전이 더해질 때 비로소 ‘풍미’가 완성된다.


오르막 골목을 오르며 숨이 차도, 그 끝에 마주한 새로운 풍경은 인생의 깊이를 더해주듯, 반죽을 빚고 기다린 타르트 한 조각이 나를 다시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새로운 경험은 그 재료에 또 하나의 향신료가 되어, 내 삶의 맛을 더 진하고 풍부하게 해 준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요리 같은 인생’의 한 장면을 제대로 맛보았다.


다음에는 나의 인생의 어떤 재료, 어떤 골목과 마주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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