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행복하고 순탄하게 지나갔다고 생각했던 2025년의 끝자락, 나는 생경하고도 치욕스러운 경험을 했다. ‘퇴출’
지난 몇 년간 몸담았던 사조직 스터디 그룹에서 나에게 낙인찍은 마지막 단어였다. 이것이 올해 내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인가.
오늘은 예수님께서 가장 낮은 곳에서 태어난 날이다. 인류를 위해, 남을 위해 사셨던 그분조차 마지막은 가장 아끼는 제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치욕적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 그 고통의 깊이를 감히 헤아릴 순 없으나, 배신과 치욕이라는 단어가 오늘따라 유독 가슴 깊이 파고든다.
오전에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동네 산책을 나갔다. 밤새 쏟아진 폭우로 사방에 널브러진 나뭇가지들이 꼭 내 마음 같았다. 재난 메시지는 외부 활동을 삼가라고 경고했지만, 가슴속 응어리를 견디지 못해 밖으로 뛰쳐나갔다.
빗물이 채 마르지 않은 길을 걷다 돌아오는 길, 하늘에서 무지개를 보았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보내시는 따뜻하고도 명확한 위로의 메시지였다.
“다 괜찮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
무지개를 보며 길가에 서서 한참을 펑펑 울었다. 하루 동안 꾹꾹 눌러 담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무지개라는 사인으로 위로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였고, 동시에 ‘왜 또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는 인간적인 원망의 눈물이었다.
과거 삼성이라는 거대 조직에서 부당하게 나오게 되었을 때, 무너진 마음을 회복하는 데 꼬박 2년이 걸렸다. 하지만 그 쓰라린 경험은 결국 나의 가장 강력한 서사가 되었다. 최근 스타트업 대표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서, 그들에게 가장 큰 울림을 주는 메시지는 나의 화려한 경력이 아니라 바로 그 '바닥의 기억'이었다.
4년 넘게 몸담으며 수많은 인연을 맺고 헌신했던 스터디 조직이었다. 아끼는 후배를 도와주려던 나의 선의는 조직의 정치와 수장의 잘못된 판단이 나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각자의 입장이 있고 저마다의 정의가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진실을 말한 자에게 던져진 이 부메랑은 결코 옳지 않다.
역경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강한 회복 탄력성으로 되튀어 오르는 사람은, 원래 있었던 위치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역경에도‘불구하고’가 아니라, 역경 ‘때문에’ 더 위대해질 수 있는 나의 또 다른 서사를 나는 이제 감사히, 기꺼이 맞이하려 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마음 깊이 회고한다. 타인의 삶에 개입할 때는 조금 더 명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지혜를.
2026년은 나에게 최고의 해가 되려나 보다. 연말에 이런 강력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을 보면.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