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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슈 Apr 04. 2022

잠이 안 오는 밤 02

그때 만났었던 남자 이야기 (개쓰레기 편)

잠이 안 오는 밤에 풀어놓을 이야기는 사랑이야기일 뿐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서 그때 그 감정이 사랑이었음을 느꼈을까 싶지도 하지만, 그 당시 나는 그러한 감정들을 사랑이라고 느꼈으니 사랑 이야기라고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두 번째 남자의 특징 : 토익점수 발 사이즈의 소유자이며 한국을 단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한국 남성. 심지어 일베 헤비유저(..). 더불어 미성년 성착취는 물론이고 불법 촬영물을 보며 "가짜는 사랑이 아니잖아"라고 자주 발언함. 끊임없는 가스 라이팅과 데이트 폭력을 일상처럼 자행했음.


첫사랑과 헤어진 후 도저히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고등학생의 나는..

남들이 하지 않았던 선택을 하게 된다.

그 당시 스마트폰 보급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았지만, 유복하게 자랐던(..) 나는 얼리어답터로서 여러 가지 어플들을 경험해봤다.

카카오톡도 베타테스터로 사용했으며, 유행했었던 익명 매칭 어플을 많이 썼었다.

첫사랑이라고 명명한 그 남자 덕분에, 몸은 미성년자이지만 경험치는 이미 성인인 나였기에 더욱 두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

우연의 일치로, 내 인생 최대의 흑역사라고 불리는 개쓰레기를 어플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나름 인텔리라고 불리는 우리 고등학교 근처 대학에, 키도 컸지, 돈도 꽤나 쓰는 그 남자는 나를 매혹시키기 충분했다.

그때의 나는 정말로... 너무 외로웠었기에 아무나 만났었던 것 같다.


글로 쓰자면 정말 부끄럽지만


은연중에 모든 남자들은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나는 어린 여자이기 때문에 잘 먹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예상은 적중했고 공들여 공략한 남자 중 하나랑 만나게 되었다.

나름 고딩의 나는 그가 인텔리라고 생각했지만 학벌도 속이고 집은 너무나도 가난했고, 그마저도 무마하기 급급했던 그 개쓰레기는 나의 약점을 아주 잘 알고 있었으며 이용할 줄도 알았었던 것 같다.

그를 만나며 즐겁게 연애를 하고 있는 도중 사건이 생겼고, 나는 그로 인하여 내 인생의 막중한 책임감을 안게 되었다.

사실 현재의 시점으로 생각한다면, 많은 언니들과 동년배들, 동생들이 바꾸어놓은 사회 덕분에

지금은 별 죄도 아니고 큰 일도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그를 만나는 아주 긴 세월 동안 내가 속해있는 환경은 많이 변했고 거주국도 바뀌었었다.

몇 번이고 그에게 이별을 고했으나 돌아오는 질문은



"너 그러고 산 거 다른 남자들이 알면 절대 안 만나준다?"



나는 이 질문이 제일 두려웠었던 것 같다.

다른 남자들, 즉 그들은 나의 가치를 평가하는 사람들이었고 나는 누군가의 소유로 생겨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채 몇 번이고 그에게 돌아갔다.


결론적으로 나는 그를 잠시만 사랑했었다.


개쓰레기는 그 당시 내가 전남친과 함께했던 네이트온 대화를 보고



"고딩이 이렇게 문란해도 되냐? 창녀냐?"



라고 말하던 그 개쓰레기는 나를 옭아맸고, 나는 몇 년이고 도망칠 수 없었다.

지금의 나는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문란도 창녀도 아니고 여자가 주도하는 평범한 훅업(Hook up) 일뿐이다. 개새끼야"


하지만 그 당시 나는 페미니즘이고 몸에 대한 권리도 몰랐으니 계속 묶여있으면서 나의 원죄에 대해 곱씹었을 뿐이었다. 정말 심한 유교걸이었고.. 내 원죄가 알려지면 나는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되니까...


현재의 나는 그 당시 상처투성이로 피를 흘리던 나를 안아주고 싶고 그냥 그까짓 거 대충 살아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그의 유학비용을 지원했으며 일 년 간에 워홀 생활도 전부 지출했다.

유교걸과 사랑이 뭔 지 몰랐었던 나는 그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했으며, 실제로 물리적 폭행의 피해자가 되었었다. 그 상처는 현재 진행 중이며 떠오르는 아픔을 참으며 내 영상이나 사진이 없는지 인터넷의 바다를 뒤지기도 한다.


그러던 나에게 찾아왔었던 또 다른 데이트 상대가 있었고

그 데이트 상대에게 받은 질문은 그가 만들어놓았었던 지옥에서 나를 꺼내 주었다.


우습게도 몇 년간에 지옥을 해결해준 질문은 아주 간단했다.


"그게 정말 사랑이라고 생각해? 너는 충분히 가치 있고 인생을 즐겨야 해"


물론 이 대화도 나답게 침대에서 이루어진 것이었지만 나는 데이팅 하던 친구에게 지금까지 감사한다.

또한 그와의 추억은 나에게 또 다른 교훈을 안겨주었다.


오늘도 나는 개쓰레기가 만들어놓은 지옥에서 완벽하게 탈출하기 위하여 공부하고 또 공부하며 긴 밤을 지새울 생각이다.



*딱히 만났던 남자들을 특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과거 남자들의 국적을 포함하여 이야기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유를 물으신다면, 경험과 통계에서 개인사를 바라보았고 이 땅의 여성들에게 공유하고 싶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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