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왠지 그런 날이 있다.
한 없이 우울해지고 싶은 날.
어느새 무뎌져 버린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을 괜스레 꺼내어 다시 슬픔에 잠기거나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처량한 내 신세를 한탄하거나
마치 지금의 내가 하늘에 잔뜩 낀 먹구름과 같아 보이는
아무런 이유 없이 찾아온 슬픔과 우울감에 빠져 가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알면서도
왠지 그런 우울감에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은 그런 날이 있다.
어떤 이들은 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우울해하냐며 그런 것 따윈 훌훌 털어 버리라고 하지만
난 가끔은 우울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어떤 때는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게 인생을 더 힘들게 만들고는 하니까.
살면서 마냥 기쁠 수만은 없는 게 인생이라면,
비 오는 날 버스 창가에 앉아 빗소리와 함께 듣는 슬픔 음악이 슬픔을 씻겨주듯
하늘을 가득 메운 먹구름의 우울함이 나의 우울한 삶을 위로해 줄 때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