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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조 Jan 10. 2019

2. 사람을 소중히 대해라

 최근 들어 한국 사회 내에 1인 가구 비율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문화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혼밥, 혼술 문화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서 짜장면 한 개만 시키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해 일부러 두 개를 시키던 모습은 어느새 먼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또한 이들을 겨냥한 새로운 외식 트렌드도 경쟁적으로 생기고 있는 추세이다. 나홀로족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생기기까지 했으니 오늘날 1인 가구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아마도 결혼이 점차 늦어지거나 아예 비혼을 선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1인 가구가 증가한 영향이 클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 만일까?


 단지 내가 혼자 사는 것을 택했다고 해서 혼밥, 혼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일까?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나는 그것만 있다고 보진 않는다. 오늘날 시대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다른 사람 따위는 신경 쓰지 말고 혼자만의 인생을 살라고
타인에게 너의 인생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거나 관계 때문에 굳이 힘들어할 바에는 관계의 독립을 당당하게 선언하라고 말이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사실 관계에 너무 몰입하면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계에 몰입하면 할수록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는 게 관계이다. 이전까지 다른 누군가에게 맞추던 방식으로 새로운 사람을 대하면 그 사람은 기분이 언짢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면 또 나는 그 사람에게 맞는 새로운 사람에게 맞는 새로운 관계 방식을 찾아내야만 한다. 한두 번이야 괜찮지만 어디 우리 인생에서 관계를 맺는 사람이 한 두 명뿐이던가? 결국 이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나를 맞추려 하다 보면 극도의 스트레스와 관계의 허망함 속에 지쳐갈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관계에서 완전한 독립을 꾀하라는 것이 옳은 해결책은 아니다. 무엇이든 극단으로 향하는 것은 안 하는 것만 못하다. 관계에서도 내가 극단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맞추려 하는 모습이 잘못된 것이지 관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미국 속담 중에서 '목욕물과 함께 아이를 버리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관계를 버리라는 것은 마치 이와 같다. 그런데 최근엔 관계 자체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말하는 몇몇 주장이 커지면서 여기에 대한 공감도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혼밥, 혼술, 나홀로족을 마치 새로운 트렌드인 것 마냥 쫓기 시작했다. 인간에게 결코 혼자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혼자만의 세계와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혼자만이 세계가 필요한 이유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을 때 이야기이다. 모든 관계를 끊고 혼자 살겠다고 선언한 순간부터는 더 이상 혼자를 위한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외톨이만 존재할 뿐이다.


  언젠가 SNS의 한 채널에서 나 홀로 족과 한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복잡한 관계에서 벗어나 온전히 혼자 있는 시간이 처음엔 너무나 좋았어요. 집에서 홀로 보고 싶은 텔레비전을 보며 치킨을 먹는 것만큼 힐링의 시간은 없었죠.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그 시간이 반복되다니 언젠가 평소처럼 맥주에 치킨을 보며 혼자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외롭다.’


 정직하게 인간이라면 이게 당연한 반응이다. 오죽하면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까지 했겠는가?

 그만큼 인간은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무리 내가 애완동물을 키운다 해도 사랑스러운 나의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잠깐의 정서적 안정을 줄 순 있지만 외로움을 완전히 달래줄 순 없다. 우리의 외로움은 오직 같은 인격을 가진 존재를 통해서만 달래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에겐 모두 사람이, 관계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관계에 시달려 앞으론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다짐해도 우린 시간이 흐르면 다시 외로움에 항복을 선언하며 관계를 찾아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마치 우리가 연인과 헤어졌을 때면 술에 취해 울며불며 주변 친구들에게 다시는 사랑 따윈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지만 얼마 안가 다시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새로운 사랑을 찾아 헤매는 것과 같다.

 이렇듯 인간은 모두 다른 누군가가 필요한 존재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2019년 대한민국에서 1800년대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살롱 문화가 유행하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가치관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상업이다. 시대와 가치관의 변화는 경제 형태의 변화를 요구하고 거기에 따른 새로운 소비를 탄생시킨다. 그러다 보니 상업은 항상 시대의 문화와 가치관의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내가 20대 초반만 해도 카페라는 개념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당시에 가장 트렌드 했던 카페는 단연 민들레 영토였다. 신촌에 4층짜리 건물 하나가 카페로 있는 모습은 매우 신선했고 흔히 민토라고 불리던 민들레 영토는 말 그대로 신촌을 대표하는 카페였다. 그래서 당시 민들레 영토를 벤치 마케팅 한 카페들도 여기저기 생기곤 했다. 하지만 민들레 영토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카페와는 완전히 다른 지극히 관계 중심의 카페였다. 당시만 해도 카페라는 곳은 친구들과 같이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떠는 곳이었고 모임이 장소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민들레 영토는 사라졌다. 단순히 식상해져서일까? 아니다. 시대의 가치관과 문화가 관계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개인 중심의 문화가 자리 잡으며 사람들은 점점 카페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놀기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리고 문화의 변화에 따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거나 공부를 할 수 있는 카페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대 가치가 관계에서 개인으로, 민들레 영토에서 스타벅스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다시 사람들이 다시 관계 중심의 살롱을 찾고 있다. 평소엔 전혀 관계가 없을 불특정 한 사람들이 공통분모와 관심사를 중심으로 공간에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분명 과거와 관계의 형태는 조금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개인 중심에 한계를 느끼고 다시 관계를 찾아 돌아오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렇듯 결국 우린 모두 완전히 관계를 벗어나서는 살 수 없다.       


 이제 30대가 되면 내가 그동안 어떤 관계를 가지고 살아왔는지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30대는 10대 20대까지만 해도 평생을 함께 할 것처럼 여겼던 친구들과 주변 동료들이 점차 정리가 되는 시기이다.

 30대가 되면 앞으로도 나와 함께 할 사람과 그렇지 않을 사람이 어느 정도 구분되기 시작한다. 이는 단순히 경조사에 올 사람을 구분하는 것과는 다르다.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계속해서 삶의 관계를 맺고 내 삶의 일정 부분을 공유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인지가 결정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저 사람이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먼저 용기를 내고 다가가야 한다. 이는 내 인생에 손익계산서를 두들겨보고 나에게 필요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야 한다는 것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다. 관계는 결코 재무제표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난 관계에서 관리라는 말은 틀린 말이라고 생각한다.

 관계는 관리가 아니다. 소중함이다. 그러므로 훗날 일생을 나 홀로 쓸쓸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면 30대에는 내 주변에 남은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30대까지 내 주변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여러 풍파를 지내며 나에게 남아 있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관계를 위한 노력과 인내는 그 사람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모든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 나를 맞출 순 없다. 하지만 30대에도 여전히 내 주변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겐 내가 할 수 있는 정성을 다해 함께하고 맞춰야 한다. 이 말은 내가 을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관계를, 주변의 사람을 소중히 여기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게 관계의 기본이니까.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귀찮음이라는 병을 지워야 한다. 소중한 관계에서 귀찮음은 최악의 선택이다.

 오늘날 주변 사람들을 챙길 수 있는 편리한 도구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 심지어 지인의 생일을 제때에 맞춰 알려주기까지 한다. 거기다 부담 없는 작은 선물도 스마트촌 클릭 하나로 보낼 수 있다! 이런 때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축하 인사와 작은 커피 한 잔을 선물로 보내는 것은 단순한 관리가 아니다. 당신이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그 사람을 향한 존중의 표현이다.

 어떤 이가 말했다. 만약 누군가 당신보다 먼저 나서서 계산을 하려 한다면 그것은 지갑이 두둑하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을 그만큼 소중한 관계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그러니 30대엔 더욱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라. 그리고 가끔이라도 연락하며 당신이 나에게 소중하다는 것을 표현하라. 그렇다면 그 사람은 기꺼이 당신 인생의 중요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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