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수한 Dec 31. 2017

<삼삼한 이야기> 그 110번째 끈

12월 31일

01 12월 31일, 하루의 말미


12월이 31일까지 있어서 다행이다. 하루하루에 치이다보면 또 한 해가 코로 들어갔는지 어디로 샜는지 모르고 훌쩍 1월 1일 아침이 되곤 한다. 해가 바뀐다고 해가 다르게 뜨는 건 또 아닌데, 되돌아보지 않고 해를 넘기는 건 왠지 찝찝하다. 한 달 걸러 오는 하루의 말미가 가장 감사한 순간.



02 2017년 12월 31일

근 며칠 간 일기장과 스케쥴러도 들춰보고 아이폰 속 메모도 훑어보고 인스타그램의 사진도 내려봤다.

사건사고가 왜 이렇게 많은지. <삼삼한 이야기>를 썼던 건 삼삼한 일상에 대한 강한 갈망이었나봐. 그래서 한 해를 정리하는 키워드는 “열”이었다. 열받은 일도, 열내는 날도 많았다. 내 안의 열망도 많았고. 따뜻한 열기로 마음을 데워준 사람들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다.



03 12월 31일, 오후 4시

지금 한 카페에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다.

4시 30분에 상영하는 영화 <패터슨>을 기다리며 어제자 신문을 읽다가 문득 다짐처럼 글을 쓰게된 것. 어제 밤, 와인 덕에 열에 떠서 내년에 쓸 스케쥴러에 이렇게 썼다. “내 글 쓰기”. 바랐던 글 쓰는 직업을 얻게 되었지만 열 많은 사람이라 다양성에 대한 열망은 멈추지 않는다. 삼삼하지 않아도 삼삼한 척, 삼삼한 순간들을 포착할 것이고 이러저러 잡문과 일기를 놓아버리지 않을 거다. 열을 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열이 나면 좋은 생각(쓸 말과 할 말)이 많이 나고 그걸 흘려버리기 전에 남겨두면 일상이 좀 더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작가의 이전글 <삼삼한 이야기> 그 109번째 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