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다
몰랐는데, 지치다를 두 가지 의미로 구분할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힘들어 기운이 빠진 상태, 그리고 더 이상 기쁨이 없어 하고 싶지 않은 상태. 두 가지의 ‘지치다’를 생각한다. 1번에서 2번으로 가는 데는 얼마만큼의 시간과 힘이 드는 것일까. 몇 번의 1번과 2번이 교차되어야 비로소 내려놓게 되는 걸까.
분명 적었다.
올해의 목표는 ‘쉽게, 빨리 지치지 말기’였다. 다이어리에 그렇게 썼고 수만 번 되뇌어 아주 잘 숙지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습관처럼, 관성처럼 나는 쉽고 빠르게 지치고 있다. 지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안다. 그래서 걱정이 된다.
쉽게 지치는 건, 빨리 알고 싶은 욕심이 큰 탓일까. 좋아하는 스타가 생겼을 때, 그에 대해 모든 걸 알겠다는 열망이 컸다.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영화를 찾아보고 사진을 모으다 금방 마음이 식었다.
그런 식.
일을 다시 시작한 지도 삼 개월 째다. 빨리 잘하려다 보니 빠른 시간에 많은 걸 알게 되고 그만큼 지쳤다.
한두 달째엔 새로웠던 것들에 다른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어제는 그 감정의 당위를 설명하려고 ‘삼 개월 차’를 검색해봤다. 오조오억 개의 글을 발견했다. 약간 위안을 얻었다. 오늘은 이런 글을 메모했다. “예나 지금이나 겁과 걱정이 밥과 반찬이었다.” 이해받으려, 나만 그렇지 않을 거라고 맘 쓰고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