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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Mar 05. 2018

<삼삼한 이야기> 그 151번째 끈

접속

핸드폰을 잃어버렸더니 세상의 일부와 단절되었다. 그 대신 발견한 다른 세상의 일부.


01 수첩이

간단한 메모용으로 쓰려고 상자 구석에서 꺼낸 수첩에는 동거인들의 전화번호와 기차표 시간과 좌석번호, 네이버 지도 대용 손그림 약도, 잊어버리면 안되는 일들 같은 게 빼곡하다. 알림장을 보는 기분.


02 사진이

아낌없이 주는 옆방사람들은 공기계 핸드폰과 카드를 빌려주었다. 처음 써보는 안드로이드형 핸드폰으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이렇게 나오겠지'하면 저렇게 나온다. 오래 써오던 아이폰 카메라와는 다른 느낌의 사진이 찍혀서, 새로운 시선을 획득한 기분★


03 세상이

아직 해가 지기 전.

월요일의 일몰을 보며 집으로 가는 길.

세상과 잠깐 차단되었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지하철에서 멀뚱히 새카만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이 나뿐이어도 나쁘지 않다. 얼마나 그 작은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살았는지 하나씩 알게 되는 시간.

(그렇지만 곧 카톡이 필요하겠지. 통신사에서 개통을 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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