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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Apr 01. 2018

<삼삼한 이야기> 그 157번째 끈

부단히 하는 일


01 부단히 글을 썼다

그제는 마감.

이 마감은 내 인생 몇 번째 글 마감일까 생각했다.

글 마감이 있는 직업을 몇 번 가지게 될까.

올해의 몇 번째일까? 설마 마지막일까?

그런 생각을 종종 했고, 오후 3시쯤 원고를 넘기고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아주 잠깐.

그 기분이 오래가지 못한 것은 이번 호의 마감은 곧 다음 호의 시작이기 때문...


02 부단히 화단에 물을 날랐다

어제는 카페.

부랴부랴 달려와 전등을 켜고 커피머신의 온도를 높이고 오픈정산을 하고 잠깐 앉았다가 다시 일어났다.

오래간만에 테라스 화단에 물을 주었다.

여러 차례 물을 날랐다 부단하게. 청량하게.


서촌의 모 카페, 부단히 말하고 읽는 시간.


03 부단히 말한다

말을 한다. 주로 내킬 때만.

종일 입에 거미줄을 치는 날도, 입에 침이 마르는 날도 있다.

말이 내킬 때 = 주로 퇴근 후의 시간. 퇴근하고 사람을 만나거나 집에 올 때 굳게 닫힌 입이 열린다. 두두다다.


하루의 일, 한 달 전 일을 이야기하기도, 미래의 일을 말하는 날도 많다.

말하다보면 아는 것을 모르겠고, 몰랐던 일에 확신이 생겨날 때도 있다.

그런데 애매모호하던 것들이 확실하게 보일 때가 많다.

자기 삶의 가치는 자신이 정한다는 것. 그게 자본이나 사회가 아니라 자신이 정한 길이라는 것.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삭막하고 폭력적인 세계에서, 그것을 어떻게든 긍정하려 하고 있어서다.

-이로사 칼럼니스트 (3월 31일 토요일, 경향신문 칼럼)


그래서 어떻게든 부단히 말하는 일을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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