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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Apr 28. 2018

<삼삼한 이야기> 그 170번째 끈

이 주의 취향

취향을 전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취향의 전시는 나를 꾸미는 수단이다. 내가 먹는 것, 내가 읽는 것, 내가 가는 공간...을 통해 이런 멋진 음식, 책, 공간 등등은 곧 나의 가치와 동격이 된다.

'그건 네가 아니라, 네가 동경하는 것일 뿐이야'라는 생각을 품어보기도 하지만, 취향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에, 나도 내 취향을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무지 잡다하다. 왼쪽,오른쪽,위,아래가 혼재된 나의 취향관.


이 주 내가 몰두한 취향 세 가지를 전시해본다.


하나. 내가 좋아한 먹을 것. 후라보노와 아이스카페라떼.

실은 후라보노는 몇 주째 집착 중이다. 질겅질겅 매순간 후라보노는 나와 함께다. '오리지날 후라보노'의 청량함이 좋다. 입에 넣는 순간 화한 향이 좋다. 그건 휘바휘바 자일리톨도 어릴 적 원픽이었던 아카시아도 따라올 수 없는 후라보노만의 매력 포인트!

매일 아침과 점심. 잠들기 힘들어지는 카페인 섭취 한계시간 오후 3시 직전까지, 아이스라떼를 마실까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실까 고민한다. 주로 시간이 없는 아침엔 맛없는 회사 커피를 내려 아아메를 대충 먹고, 점심엔 맛있는 라떼를 택하곤 했다. 그치만 동네 슈퍼에서 고티X나 T.O.X를 사가면 아침을 상큼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이번 주는 아침에도 라떼, 점심에도 라떼를 무진장 마셨다. 달큰고소씁쓸한 아라떼의 맛. 딱이야.


둘. 이 주의 책. <달콤한 나의 도시>.

꿀꿀한 저녁. 귀찮더라도 걸으면, 피곤하더라도 많이 걸으면 기분이 나아진다는 걸 경험적으로 안다. 그래서 걷(배회하)다가 꿀꿀함을 못견디는 나에게 책을 사주러 서점에 갔다. '지금의 나에겐 공부하듯 읽는 인문서, 사회서말고 가벼운 읽을 거리가 필요해!'란 생각으로 소설 코너를 서성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를 집었다. 치즈스틱부터 시작해서 여러 먹거리를 입에 넣는 동안 덮지 않고, 간만에 새벽이 오도록 읽어내려갔다.

주인공 오은수는 여자, 수도권 출신, 서울서 자취 중, 사보 편집자, 서른 한 살, 연애 경험 많음, 결혼을 하고 싶지만 남자가 마땅찮음, 성격은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나 똑부러진 편.

'서울에서 자취 중인 여자' 항목 빼곤 어디도 공감할 구석이 없는데, 책을 재밌게 읽은 건 사람 사는 게 크게 다르지 않아서 내가 고민했을 법한, 앞으로 고민할 가능성이 큰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눈치보지 않고 회의 때 솔직한 말을 내뱉는 회사 후배 민정, 학교 졸업장은 필요없고 영화를 하고 싶다는 남자친구 태오는 모두 스물 다섯살이다. 은수는 속으로 생각한다.

'차라리 스물다섯 살을 지나오지 않았다면 좋을 뻔했다. 통과해 왔으므로, 나는 그 나이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 터무니없이 미화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그녀가 회의 때 올바른 말 한 마디 못하고 우물쭈물 눈치를 봐도, 남자친구에게 졸업장은 필요하다고 잔소리를 늘어놓아도 밉지가 않다. 비겁해보이지 않는다. 그 나이만의 사정이 있는 거니까.

은수는 퇴사를 하고, 또 무얼 하고 돈을 벌어먹고 살지 고민을 하고, 엎어진 결혼을 자조하고, 앞에 어떤 삶이 놓여있는지 여전히 모르지만, 그냥 산다. 고민하고 짜증내고 울고불고 하면서.


알듯말듯. 저 나이를 목전에 두고 읽으면 또 다를까? 그땐 이 도시의 맛을 무어라 평가하게 될까?


셋. 이 주의 시간. 바로 지금.

이 글을 어떻게 마물할까 고민하는 이 시간. 밤 열한 시 오십 분. 일본어와 고성방가와 시끄러운 노랫소리와 끔찍하게 반짝거리는 네온사인이 함께 하는 이 장소의 이 순간. 이 주 가장 좋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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