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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Jun 24. 2018

<삼삼한 이야기> 그 176번째 끈

유월의 태양과 세상의 색깔

한 가지 생각.

유월의 해가 뜨겁다. 타오르는 한낮의 태양이 너무나 강렬해서, 세상의 다른 것들은 제 빛을 잃는 것 같다.



두 가지 생각.

해가 가장 뜨거울 시간에 나는 밥벌이에 몰두해있다. 컴퓨터를 노려보며 간단한 일들을 처리한다. 점심시간이 되면 가장 찬란한 색깔의 해를 벗 삼아 색 없던 시간을 지운다.



세 가지 생각.

해가 기울면 나는 비로소 메여있던 밥벌이의 공간에서 탈출할 수 있다. 눈이 부셔서 바라보지도 못했던 파란 하늘을 쳐다볼 수 있게 되고, 천천히 푸른 걸음을 옮긴다. 걸으며 좋아하지 않는 공간을 벗어나고, 그보다 더 천천히 몽롱하게 기어가던 시간에서 벗어난다. 해가 다 지면 잠에서 깨어난다. 덩달아 가는 시간을 붙잡으려 총총총. 발에도 힘이 붙는다. 세상에 없던 색깔들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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