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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Jun 28. 2018

<삼삼한 이야기> 그 177번째 끈

견문발검

01 자우림 - 광견시대


한없이 낮은 곳에서만
작렬하는 분노 너의 분노
한없이 약한 곳에서만
폭발하는 광기 너의 광기

닥치는 대로 닥치는 대로
닥치는 대로 닥치는 대로

닥치는 대로 날리는 손찌검
닥치는 대로 휘두른 발짓
닥치는 대로 지껄인 말뽄
한없이 약한 곳에서만 닥치는 대로

닥치는 대로 날리는 상스럼
닥치는 대로 휘두른 칼부림
닥치는 대로 지껄인 욕설
한없이 약한 곳에서만 닥치는 대로  
 


02 금지사항 : 견문발검


2주 정도 계약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문의 전화도 받고, 잡다한 사무 일도 한다.

걸려오는 전화는 10초면 해결되는 단순한 질문도 있고, 이 회사는 작년에도 이러더니 올해도 똑같냐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뼈아픈 질타까지. 다양한 스펙트럼 사이에 있다.
며칠 후면 그곳을 떠나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저 희극인 상황이지만 화살이 나에게로 날아와 꽂힐 때는 마냥 희극일 수 없다.
욱 하는 성질머리를 참지 못해 목소리를 한없이 낮게 깐다. 수화기를 내려 놓자마자 후회가 밀려온다.
'저 사람들이 내가 2주짜리 알바생인지 과장인지 알게뭐야. 이 전화선에 연결된 탓이지. 거기다 대고 화내는 건 쓸데없는 짓이야.’
매일 다짐한다.
쓸데없이 견문발검하지 말 것. 에너지 낭비하지 말 것. 끓는 화가 가야할 곳은 다른 곳이라고.



03 무지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불쾌해진 자신의 감정마저 책임지지 않고 시시때때로 던져버린다. 닥치는 대로. 눈에 보이는 대로.
정신없이 던져진 감정 같지만 꼭 그건 사회적 위치가 낮거나, 나이가 적거나. 무엇인가 나보다 부족한(하다고 믿는) 사람에게로 과도히 정교하게 겨냥된 과녘으로 향한다.
존중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란 없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
말과 행동이 부딪히면 행동을 살펴 보아야 한다.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는 게 많이 없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잘난 척해도 못난 사람들이다. 들여다봐야 껍데기만 보이는 거울은 그만 보고, 그림자를 가만히 들여다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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