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한 도시, 타이페이
이번 여행 중 가장 좋았던 점은 불친절 또는 무례한 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않았다는 것. 살면서 겪기 힘든 기적이 5일 간 벌어졌다.
예컨대, 대만식 아침식사는 어떤 것일까. 마지막 날, 꼭 먹어봐야하지 하고 길을 나서는데 같은 게하에서 머무른 가오슝 언니가 같이 가주겠다고 앞장섰다. 스태프가 추천한 곳은 문을 닫아서 망연자실한 척 오버하는 내게 “역에 가면 또 있을 거야!”하고 으쌰으쌰 해준 언니가 고마웠다. 찐빵 하나와 소이밀크를 사고 만남 기념 사진을 함께 찍고 헤어졌다. 사진을 보내주기로 했는데 깜빡 하고 있었네. 이따 메일을 보내야지.
여행에서 좋아하는 것은 도시와 사람을 바라보는 것. 가만히 지켜보면 시간과 공간이 천천히 흐르고 그 속에, 나와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을 따라 한없이 느려질 수 있고 때론 내 멋대로 시간을 줄였다가 늘렸다가 공간을 바꿨다가 돌아왔다가 자유로이 살았다.
아는 언니가 누구와 여행을 가느냐고 물어서 언니와 간다고 답했더니 “누구?진짜 언니?ㅋㅋ” 하고 되물었다. 그 말이 재밌어서 따라 말했다. “맞아, 진짜 언니랑 가.”
언니는 많은데 진짜 언니는 한 명이다. 그래서 함께 떠난 첫 해외여행인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지각할 때마다 판단하지 않고, 깊이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언니는 빠르게 다니기를 좋아했고 나는 천천히 들여다보기를 좋아했다.
어쩜 이렇게 다를까 싶어도 우리가 타이베이를 좋아했다는 건 같았다. 행동 양식이 정말 많이 다를 뿐. 때론 존중하며 함께, 때론 뒷모습을 응원하며 따로. 앞으로처럼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