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수한 Jul 12. 2018

<삼삼한 이야기> 그 179번째 끈

삼삼한 도시, 타이페이

01 친절한 사람들

이번 여행 중 가장 좋았던 점은 불친절 또는 무례한 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않았다는 것. 살면서 겪기 힘든 기적이 5일 간 벌어졌다.

예컨대, 대만식 아침식사는 어떤 것일까. 마지막 날, 꼭 먹어봐야하지 하고 길을 나서는데 같은 게하에서 머무른 가오슝 언니가 같이 가주겠다고 앞장섰다. 스태프가 추천한 곳은 문을 닫아서 망연자실한 척 오버하는 내게 “역에 가면 또 있을 거야!”하고 으쌰으쌰 해준 언니가 고마웠다. 찐빵 하나와 소이밀크를 사고 만남 기념 사진을 함께 찍고 헤어졌다. 사진을 보내주기로 했는데 깜빡 하고 있었네. 이따 메일을 보내야지.



02 느린 시간, 더 느린 공간

여행에서 좋아하는 것은 도시와 사람을 바라보는 것. 가만히 지켜보면 시간과 공간이 천천히 흐르고 그 속에, 나와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을 따라 한없이 느려질 수 있고 때론 내 멋대로 시간을 줄였다가 늘렸다가 공간을 바꿨다가 돌아왔다가 자유로이 살았다.



03 동반인, 언니

음식 취향은 찰떡.

아는 언니가 누구와 여행을 가느냐고 물어서 언니와 간다고 답했더니 “누구?진짜 언니?ㅋㅋ” 하고 되물었다. 그 말이 재밌어서 따라 말했다. “맞아, 진짜 언니랑 가.”

언니는 많은데 진짜 언니는 한 명이다. 그래서 함께 떠난 첫 해외여행인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지각할 때마다 판단하지 않고, 깊이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언니는 빠르게 다니기를 좋아했고 나는 천천히 들여다보기를 좋아했다.

어쩜 이렇게 다를까 싶어도 우리가 타이베이를 좋아했다는 건 같았다. 행동 양식이 정말 많이 다를 뿐. 때론 존중하며 함께, 때론 뒷모습을 응원하며 따로. 앞으로처럼 그렇게.

작가의 이전글 <삼삼한 이야기> 그 177번째 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