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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Jul 28. 2018

<삼삼한 이야기> 그 180번째 끈

더워

01 "더워"

하루 24시간 달고 사는 말.

땀에 젖은 몸, 개운하지 않은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누가 듣지도 않는데 중얼거리는 단말마의 "아...더워..."와 함께 하루가 시작한다. 찬물로 씻고 나와도 금방 땀이 나니까 외출 준비는 최대한 서두른다.

더위에 버려진 올라프ㅠㅠ

작열하는 태양에 한 번 더 "덥다!"하고 외치면서 흐물흐물 아스팔트를 걸어나간다. 카페, 도서관, 지하철. 어디든 에어컨이 나오는 곳이라면 그곳은 성스럽고 복된 공간.


02 여름의 장점

여느 때보다 더운 이 여름에도 장점이 있을까? 매일 여름과 더위를 욕하는 주제에 미운 놈 생각 한 번 더 한다고 여름의 장점을 생각해보았다.


첫째, 우울하지 않다. 덥기 때문이다. 방심한 사이에 자주 계절성, 습관성 우울이 찾아오는 겨울과 달리 여름은 우울할 새 없다. 근데 더위와 싸우다보면 화가 많아진다. 서울에 사람이 많은 것도 짜증나고 아아메 얼음이 빨리 녹는 데 분노가 치밀고 찬물로 씻고 누웠는데 땀이 나기 시작하면 '어떻게 자라고!'. 속에 화딱지가 앉는다.  


또, 겨울과 다른 점 하나 더. 겨울엔 일이 손에 안잡히는 무력감이 찾아오곤 하는데, 여름엔 의지가 있어도 부채를 부치고 아이스팩을 안고 있느라 할 일을 잘 못한다. 더위먹음으로 인한 화병+게으름... 유해 합병증 덩어리. 장점을 쓰려고 했는데... 뭣도 아닌 게 되어 버렸다.

빙수도 케잌도 아닌 체리케잌빙수 먹고 싶다.


03 여름이 가면 아쉬울 것

: 빙수 첫 숟갈, 아아메 첫 모금의 희열, 운동하고 땀에 흠뻑 젖은 나를 보며 느끼는 대견함, 더워서 날 피하지 않고 배 까고 누운 고양이 보기, 아직 올해의 중간에 있다는 안도, 모두 함께 덥다는 (쓸모없는) 동질감.

운동하기는 좋다.

쓰면 좀 덜 더워질줄 알았는데. 그냥 덥다. 계속 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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