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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Sep 12. 2018

<삼삼한 이야기> 그 192번째 끈

9월이 좋아

01

9월이 좋다. 9월의 숫자 9는 둥그렇고 어디론가 날아갈 것 같고 쉼표처럼 생겼다. 그래서 그런가? 자꾸 쉬는 시간을 찾게 된다.


02

사철 좋은 강변 걷기는 밤, 9월에 더 좋다. 그렇지만 더는 매미소리도 들리지 않고 적막해서 무서울 때가 있다. 그저께 밤이 그랬다.

좁은 다리를 건너며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시선을 줄 때 나는 작아져서 안 보이게 되고 싶었다. 사람이 있어도 무섭고 없어도 무섭지만, 사람들이 다 지나가고 아무도 없는 다리 위, 홀로 하늘 아래 강물 위에 서 있자면 적막 안에서 숨쉬기가 한결 편하다.

나 혼자 지구의 산소를 다 가진듯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어도 된다.


03

나는 9월에 태어났다.

9월에는 생일이 있다. 올해는 이른 생일선물도 받았다. 선물 같은 날들을 아름답고 향기롭게, 다시는 오지 않을 2018년의 9월을 선명하게 느끼며 보낼 것이다. 흘려보내고서야 9월이 다 갔음을 슬퍼하지 않고.


Gather your rose-buds, while you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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