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한 이야기> 그 열네 번째 끈

세 가지 생활

by 수수한

1. 엄마


주말에 엄마가 반찬을 가득 이고지고 왔다. 물만 있던 냉장고가 그득해졌다.

내 눈엔 깨끗하기만한 작은 방 어디에 먼지가 보이는지 쉴 새 없이 씻고 닦았다.

엄마를 배웅하고 오는 길에서 벗어나려 했던 그녀의 그늘로 더 깊숙히 걸어들어가는 내가 보였다.



2. 에드워드 호퍼


"어느 날 저녁 런던과 맨체스터를 잇는 고속도로의 휴게소에서 호퍼적인 것을 발견했던 기억이 난다. / 휴게소 안의 누구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아무도 호기심이나 동료의식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의 텅 빈 눈길은 서로를 지나쳐 음식이 나오는 카운터를 향하거나 바깥의 어둠을 향했다. 마치 바위들 사이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한쪽 구석에 앉아 손가락처럼 생긴 초콜릿 바를 먹으며 이따금 오렌지 주스를 홀짝거렸다. 외로웠다. 그러나 부드러운, 심지어 유쾌하다고 할 만한 외로움이었다. / 그러나 이곳에서의 외로움은 모두가 나그네인 곳,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사랑을 향한 좌절된 갈망이 건축과 조명에 의해 인정을 받고 또 잔인하게 기념되는 곳에서 피어올랐다."

- 알랭 드 보통 < 슬픔이 주는 기쁨 > 中에서



나에게 호퍼적인 이미지는 서울 그 자체다.

슬픔을 주는 것도, 슬픔에 위안이 되는 것도 이 도시.



3.


라벤더 향 꿈을 꾸고 싶어서 보라색 이불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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