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 장면
어제는 아빠와 동네 뒷산에 올랐다.
오늘은 엄마와 동네 뒷산을 걸었다.
이야기 군데군데 쉼표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 떠올랐다.
가쁜 숨을 참고 말없이 발을 놀려 산을 올랐고,
돌연 달렸다.
모든 숨이 생각으로 가지 못하도록 숨을 아꼈다.
숨 쉬는 데만 골몰해달라고 간절하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생각을 전부 말로 표현하는 게 어려울 때가 있다.
오해없이, 호도없이.
말하는 감정, 켜켜이 쌓여 온 생각의 변화, 나의 입장...
모든 걸 이해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오늘 나는 망설였고 표현과 해명의 기회를 놓쳤다.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일까.
"커뮤니케이션학 학사."
시답잖은 학위 하나로 나는 평생 부끄러워 하겠지.
버스에서 내리기 세 정거장 전, 그 노래가 맴돌았다.
"뚜루뚜뚜뚜뚜뚜" 와 "애니모얼".
단 두 부분만 맴도는 노래를 기억해내려고 기억의 되감기 버튼을 누르고 정지, 재생을 눌렀다.
두 정거장 전, 그 노래를 들으면서 학원차에서 내려 밤길을 오래 걷다가 집에 돌아가던 그날들 생각이 났다.
한 정거장 전, 니요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동시에 버스 하차 버튼을 눌렀다.
그날들,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