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어낼 수 없는 세 가지 생각
할머니는 엄마만 봤고 엄마는 나만 봤다. 나는 발끝만 봤다.
사춘기 소녀였던 나, 감정 기복을 주체못하는 아직의 나는 엄마 안에도 있었다.
그런데 바다보다 옆에 두고 싶은 건 없더라.
오랜만에 가지고 싶은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그걸 갖고 싶었대도 그 마음이 바다보다 크지는 않더라.
그 앞에 앉아 사각사각 검은 연필로 글씨를 썼어.
사랑하는 건 갖지 못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니, 가지지 못하게 되더라도 슬퍼하지 않게 해달라고.
그냥 바다처럼 고요하게 해달라고.
퀴퀴하고 쌔한 알콜 솜 냄새,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 텅 빈 눈, 읽고픈 책으로 가득찬 책방, 따뜻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작은 스피커, 봄 볕 쐬는 야자나무, 곁에 두고픈 바다, 검은 저널과 검은 연필, 폭신한 바닐라라떼 거품, 허겁지겁 과자를 거품에 적셔먹기, 아래에서 위로 자라는 식물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드림캐처, 미싱이 있는 탁자에 앉아 이 글을 쓰는 나. 익숙하고 낯설었던 나의 마을.
그리고 밑줄을 그은 존 버거의 문장.
"마을은 근년 들어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겨울 햇빛 아래 멀리서 보면, 마을은 이 세기가 시작되던 때의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오늘 아침 갑자기 마을은 내게 그렇게 보였다. 그 이전에 무수히 보아 온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 마을은 신비한 약속들로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