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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Mar 05. 2017

삶의 마디마디, 김윤아의 노래들

스물 다섯을 채워준 김윤아의 음악

1. 너는 반짝이는 작은 별 아직은 높이 뜨지않은 / Girl talk


열넷 열다섯의 나는 쉽게 부서졌다. 세상엔 독한 기운이 가득했고 그런 곳에서 행복이란 건 찾을 수 없을 거라 확신했다. "생이 내게 열어줄 길"이 궁금했지만 동시에 두려웠다. 혼란과 기대 사이에서 길을 찾지 못했다.



2. 우리는 단지 내일의 일도 지금은 알 수가 없으니까 / Going home


어깨도 마음도, 입도 무거웠다. "모든 문제는 네가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역정을 냈다. 어딘가를 찾았다. 집도 학교도 되어줄 수 없는 그런 장소. 그래서 계속 걸었다. 아무 데도 없으니 아무 곳도 아닌 거리에 자취를 그렸다. 매일 달뜬 밤을 걸었다.



3. 별이 내리는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바보처럼 나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서 있네 / 샤이닝


가슴 속의 폭풍은 멎지 않을 것 같았다. 스물 언저리의 나는 비로소 인정했다. "이유도 없는 외로움, 살아있다는 괴로움"은 더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동반자였다.



4. 마치 나의 꿈은 꿈이 아닌 것처럼 / 꿈


빛나는 내일보다 무사한 내일을 소망한다. 많았던 꿈은 기억도 나지 않고 내 앞엔 후회되는 어제, 살아내는 오늘과 무사해야하는 내일이 있을 뿐이지만, 김윤아라는 사람의 노래를 듣고나니 소박한 매일매일의 마디에서 정말 아름다운 꿈을 꾸고 싶어졌다. 나를 꿈꾸게 하고 나를 위로하는 음악같은 꿈을.





동질감이었던 것 같다. 열 다섯부터 스물 다섯이 될 때까지 김윤아의 음악, 자우림의 음악은 "그래, 이건 너의 이야기일지도 몰라."라고 말하는 듯 했다. 바람이 담긴 구와 같은 음악이었다. 꽉 참, 의미, 보편을 말하기보다 공허, 무의미, 개별성을 속삭였다. 차마 말할 수 없는 무력감, 공허함, 혼란을 대신 말해줬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바람이 불었다. 찬 마음에 찬 바람이 닿아 공명했다. 울림은 매번 나의 혼란한 밤을 달래주었다.


사실 작년 말에 발매된 새 앨범 <타인의 고통>은 낯설었다. 자신의 아픔을 말해왔던 그녀는 이제 타인의 고통을 어루만졌다. 그 사이 해가 넘어갔다. 사소한 변화와 진통을 겪어내고 다시 듣는 음악은 아름다웠다. '너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사람'. 여전히 유리같지만, 손을 뻗으면 나는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행복했던 두 시간. 잔상이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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