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의 산책
오늘은 천변을 걸었다.
보통은 해가 다 진 저녁 시간에 걷지만, 볕이 너무 좋아 기다릴 수 없었다.
사람들이 많았다. 다들 날이 좋아 집에 있을 수 없다며 박차고 나왔겠지?
천을 사이에 두고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가끔 찾는 카페에 가려면 천을 건너 반대편으로 넘어가야 한다.
다리로 넘어가도 되지만, 부러 징검다리로 천을 건넜다.
마침 한 아주머니와 동시에 발을 디뎠다.
나란히 한 발 씩 뻗어 천을 건너는 행인 둘.
아주머니는 성큼성큼, 나는 사뿐사뿐.
징검다리는 짧다.
금세 반대편 천변 카페 앞에 도착했지만, 환한 볕이 괜히 아까워 맴맴 돌았다.
햇빛 냄새 맡으며 걷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슉- 나를 앞질러갔다.
벙거지를 쓴 할배의 뒷모습. 귀여웠다.
'개학했구나.'
교복입은 아이들 무리가 유난히 많이 보인다했다.
볕은 따뜻해도 아직은 밖이 차서 볼이 발그레한 아이들이 삼삼오오 거리를 다닌다.
마들렌이 아니라 피카츄 돈까스를 타고 옛 생각들이 났다.
학교가 설렜던 나, 싫었던 나, 내가 좋아했던 학교 도서실, 나만 아는줄 알았던 비밀 공간들이 생각났다.
책을 많이 읽었지만 글을 못썼던 아이의 생각도 난다. (바로 나)
일기 쓰는 걸 좋아하고 편지 쓰는 건 좋아했는데, 도통 많은 사람이 읽을 글엔 소질이 없었다.
이렇게 매일매일 누가 읽을지도 모를 글을 쓰며 행복할 줄 알았나? 몰랐지 그 땐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