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에 대한 세 가지 생각
검은 색 머리칼을 본 그는 곧 나의 검은 눈동자를 찾아냈다.
"정말 검은 분이시군요."
나는 부인했다.
"아뇨. 검댕이 묻은 회색일 뿐인데요."
('나는 당신 안경에 서린 검은 연기가 보여요. 그 연기를 걷어내지 않으면 내가 어떤 색깔이든 항상 검은 색으로 보일 거예요.')
하지 못한 말을 남기고 나는 그렇게 검은 사람이 되었다.
이해하지 않을 사람에게 아무리 설명해봐야 전달되지 않는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크루는 색채가 풍부한 단짝 친구들 속에서 항상 자신감이 부족했다.
그에게는 눈에 띄는 개성이 없고 특징이 없으며 늘 중용을 지향하는 성격이(라고 그는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는 '철도역'에 대한 비상한 관심이 있었다.
철도역에 대해 설명하지 못할 이끌림을 느끼며 그는 자신에게도 알지 못할 비정상적인 것, 예컨대 그가 '색채'라고 부르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예감은 종종 들어맞는다.
그의 색채가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아주 매력적인 색채로 다른 색채들을 끌어담는 '색채를 담는 그릇'의 역할을 한다는 것.
만약 모든 사람에게 고유의 색깔이라는게 있다면, 사람들은 각자의 색깔 외에도 하양과 검정을 주머니 속에 넣고 사는 게 아닐까.
좋은 일이 있을 때는 하양이 많이 섞어 파스텔톤으로
힘이 들 때는 검정이 많이 섞인 묵직한 톤으로.
요즘은 검은 색깔이 많이 닳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