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함과 무용함에 대하여
대체 '유용하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유사 이래 모든 인류의 유용성의 총합은
바로 오늘날 이 세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무용한 것보다 더 도덕적인 것도 없지 않은가.
- 밀란 쿤데라, <불멸>
무용하게 하루를 흘려보냈다.
책 한 권, 커피 한 잔과 함께 낮이 송두리째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무용한 하루는 사랑스러웠다.
유용한 세계에서 무용하게 사는 사람은 언뜻 무쓸모해보이지만, 그만의 색채로 세계에 가득 찬 유용과 무용의 균형을 유지해준다.(고 믿는다.)
유용하게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많을 수록 무용하게 사랑하고 허공을 응시하는 사람도 많아야 한다.
집 근처 한적한 가게에서 저녁을 했다.
손님은 나뿐이었고 주인 이모는 정치 뉴스를 보다가 식사를 준비해주셨다.
밥 한 숟갈을 뜨는 순간, 이모의 정치 평론과 시국 진단이 시작되었다.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대선 후보들과 현재의 대한민국을 평하시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입 안의 밥을 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20분 가량의 식사를 마칠 무렵, 이모는 나이도 어린데 잘 들어줘서 고맙다 말했다.
'이모만큼의 사람과 세상에 대한 사랑을 가진 후보라면 누가 되든 꼭 뽑아주고 싶네요.' 라는 말을 삼키며 웃으며 가게에서 나왔다.
힘든 서민의 삶은 과거이자 현재 진행형이며 미래는 또 걱정이라는 이모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