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잃은 세 가지 상념
아침 버스에서 회색 봉지를 손에 쥐고 있다가 급하게 뛰어 내려가는 소녀를 보았다.
소녀의 손에 든 건 콘칩이었다.
저 콘칩은 아침밥이겠지.
아침밥을 차려 먹을 시간이 없든가, 아니면 콘칩을 무진장 좋아하든가.
어느 쪽이든 자꾸만 회색 콘칩 봉지와 소녀의 교복 자락에 눈이 머물렀다.
세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한 통화는 받지 못했고 두 통화는 겨우 급히 받았다.
나를 생각해준 이들, 마음을 아는 친구들의 이름이 좋았다.
좋아할 순간이 있어 다행이다.
"이 길로 가면 좌회전을 못해, 다른 길 타야지. 이 시간에는 말야...."
아저씨는 길눈, 방향눈이 어두운 나에게 쿠사리를 했다.
문득 나의 길눈이 어두운 건 물리적으로도 화학적으로도 당연지당한 운명처럼 느껴졌다.
길눈이 어두워 어느 길인지도 모르고 곧잘 걷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