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억할 짓
교통카드 없이 버스를 탔다.
단말기에 세 번 정도 지갑을 댔는데 아무 소리도 안났다.
현금을 냈다. 환승하느라 x2번 냈다.
날씨가 좋아서, 등에 맨 가방엔 갓 사온 빵과 신문이 들어 있어서 별로 화가 나진 않았다.
노란색 같은 친구가 커피를 내려줬다. 두 잔이나.
하루 판매량이 열 잔 가량일 조용한 카페에서 두 잔이나 (무상으로) 마신 셈.
이인분의 커피와 이인분의 마음으로 행복한 오후를 보냈다.
다듬어지지 않은 나무들이 여전히 다듬어지지 않을 미래를 기대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마 오늘이 가면 잊혀질테니 꼭꼭 일기장에 이 마음과 지금의 감정을 눌러 썼다.
불안 20%, 떨림 30%, (쓸 말이 많아진다는) 기대 50%.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떨렸고 잘할 수 있을까 불안했고 기대가 되면서 즐거웠다.
그리고 걱정 없이 시작했던 모든 일들에선 결국 걱정이 많아졌고, 걱정이 많았던 모든 일들은 예상했던 (재난영화 수준의) 시나리오를 뛰어 넘지는 못했다.
결국 비슷하게 위기를 맞고 고비를 넘어오기는 했지만, 어느 쪽이든 맞고 나면 얼얼하기야 마찬가지지만,
준비없이 맞는 따귀는 훨씬 당혹감이 크니까.
쉽사리 잠 못 드는 이 밤에도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