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한 이야기> 그 88번째 끈

지나감에 대하여

by 수수한

01 사람을 지날 때

어디에서든 눈을 마주치고 상냥하게 말할 때 미소가 돌아온다.


02 계절을 지날 때

누가 간절기는 일본식 용어라고, 우리말인 환절기라 써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난 간절기라는 언어를 버릴 수 없다. 이 표현에 담긴 뉘앙스는 오직 이 단어에서만 느껴진다.

계절과 계절 사이. 낮은 봄인데 밤은 겨울 같아서 아직 봄과 겨울을 구분할 수 없는 환절기.

계절이 돌아온다는 의미의 환절기에는 일교차를 걱정해야 할 것 같은데, 간절기에는 지나가는 계절의 잔상을 느껴야 할 것 같다.

환절기에는 황사나 미세먼지를 걱정해야 할 것 같은데, 간절기에는 행복과 안행복함 사이, 기쁨과 슬픔 사이에 자주 머무르는 나의 마음도 걱정할 것 없이 괜찮은 것 같다.


03 사람이 지나갈 때

나의 동네에서 먹고 마시고 웃고 바람을 함께 맞던 친구가 자기의 동네로 떠나고 홀로 집에 돌아오는 길은 쓸쓸했다.

사람이 지나가면 빈 자리엔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거기엔 추억이 있어 쉽사리 무엇을 채울 수 없다.

그저 견디는 수밖에. 빈 자리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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