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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Oct 06. 2021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나날

예술 다큐멘터리: <고흐, 영원의 문에서>

[출처] 다음 영화

빈센트 반 고흐를 볼 때면, 존경과 동정의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한다. 보고만 있어도 눈이 즐거운 다채로운 그의 작품들 뒤에 그가 한 평생 안고 살았던 고독과 외로움이 느껴지곤 한다. 세상이 그를 외면했지만, 그는 세상을 외면하지 못했다. 자연 속에서 아름다움을 끄집어 내어주려는 그의 태도는 끊임없이 자신이 보는 것을 세상과 나누고자 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책,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가 얼마나 번뇌와 치열하게 싸워왔는지가 적나라하게 느껴져서, 몰입해서 매체를 보다 보면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진다.


그는 스스로를 화가라고 칭했다. 신이 비록 그에게 서툴고 모자란 재능을 주셨다고 해도 그는 자신을 화가라고 믿었다. 그림을 사랑했고,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는 항상 자신을 화가라고 칭해왔지만, 되뇌는 주문엔 어딘가 자신을 세뇌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무너질 것 같기에. '나는 화가다'라는 문장을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담아 이야기하며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살아갔던 걸지도 모른다. 테오라는 한 사람이 있었기에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었던 걸까. 만약 그마저도 빈센트를 떠났다면 그는 오늘날까지도 빛을 받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화가로 남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물론 상상 속 이야기겠지만 그를 만약 만날 수 있다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그의 손을 붙잡고 모마(MoMA)든, 오르세 미술관이든, 반 고흐 미술관이든, 그의 작품이 있는 곳들 어디든 데리고 가고 싶다. 가서 그의 등을 토닥여주며 오늘날 사람들에게 이렇게 사랑받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무척이나 위대한 화가지만, 옆에서 힘이 되어주고 싶은 왜소한 거인같은 사람이다. 빈센트는 나에게 그런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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