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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Nov 21. 2021

<승리호>가 2021년의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

<승리호> 영화 리뷰

땅이 병들었으니, 갈 곳은 하늘뿐이죠.
[출처] Netflix


숲이 사라지고 사막이 늘어갔다. 태양 빛이 가려지고 토양이 산성화되며 식물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영화 <승리호>의 배경인 2092년, 지구의 모습이다. 생명을 잃고 극심한 사막화가 진행된 지구는 더이상 사람이 생존할 수 없는 땅이 되어버렸다. 황폐해진 지구 밖엔 UTS, ‘Utopia above the sky’가 운영하는 시민 거주 단지가 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그곳은 생명의 근원인 옛 지구와 꼭 닮아 있는 곳이다. 숲이 우거지고, 새들이 울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지만 UTS의 시민권은 인류의 겨우 5%에게만 부여된다. 선택받은(혹은 좋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5%의 인류만이 UTS에서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지만, 나머지 95%의 시민은 선택받지 못해 지구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95%의 버려진 이들이 우주를 넘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주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 노동자의 신분으로 ‘노동비자’를 발급받는 것이었다.


<승리호>를 이끄는 4명의 주인공이 바로 우주 노동자에 해당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우주에 떠도는 수많은 우주 쓰레기를 치우며 생계를 유지한다. 실제로 조성희 감독이 <승리호>를 처음 떠올리게 된 계기가 ‘우주 쓰레기’ 기사를 접한 이후라고 했을 정도로, 이는 영화를 비중 있게 구성하는 무게감 있는 요소였다. 우주 청소부들이 화려한 비행과 격추 기술로 우주 쓰레기를 두고 다투는 모습은 화려한 씬으로 전개되지만, 그 속에는 ‘한 줌’도 안되는 돈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비참한 노동자들의 삶이 담겨있었다. UTS 기동대 대장 출신으로 최상위 계층의 삶을 살았지만 입양딸 ‘순이’를 키웠다는 이유로 UTS에서 추방 당해 떠돌이 삶을 살게 된 ‘태호’, UTS 지니어스 프로그램으로 각광 받다 반감을 품고 탈출해 해적단을 조직해 UTS의 설립자인 제임스 설리번을 암살하려고 하다 실패한 ‘현숙’, 거칠어 보이지만 따듯한 심장을 지닌 ‘타이거 박’과 전투 로봇 ‘업동이’ 모두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빚더미 위에 앉은 불우한 4명의 주인공들이었다.


우주 세계로 확장된 자본주의의 삶 속에서, 그들은 ‘꽃님이’를 만나 돈이 아닌 사랑으로부터 생명력을 느낀다. 그중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는 주인공인 ‘태호’였다. UTS의 기동대에서 한순간에 집도 없이 거리를 떠돌게 된 그는 떠돌이 신세를 지며 ‘돈’의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 도박에 눈을 뜨며 게임을 하던 도중 순이를 잃고, 그의 시신을 찾을 수 있는 돈이 부족한 태호는 삶의 목표를 돈에 내어주게 된다. 하지만 황금만능주의에 사로잡힌 이들의 눈앞에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들의 모습을 종이에 담아주는, 그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이들을 따르는 생명이 찾아온 것이다.


이 무기(도로시)를 발견하면 신고하라는 UTS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승리호 군단은 도로시(꽃님)를 찾는 이에게 전화를 걸어 거액과 맞바꾸자는 딜을 한다. 하지만 도로시의 탈출로 거래는 파기되고, 꽃님의 아빠 강현우 박사를 만나러 가는 여정으로 영화의 하반부가 전개된다. 그 과정 속에서 우수한 유전자만을 화성에 이주시키고 지구를 파괴하고자 하는 설리반의 음모를 알게 되고, 검은 여우단과 우주 청소 노동자들과 합심해 설리반의 우주선을 폭파하며 승리호의 대서사는 막을 내린다.


승리호는 한국의 최초 우주 SF 영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제작비 100억만 넘어도 대작이라고 평가받는 국내 영화 산업에서 ‘240억’이라는 금액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고, 실제로 8개의 VFX(시각특수효과) 회사와 1,000여 명의 전문가들이 투입되며 해외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없이 진짜 같은 ‘우주’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유려한 CG(컴퓨터그래픽) 속에 돈이 없으면 인간다운 삶을 살지조차 못하는 자본주의 그리고 인간의 욕심으로 얼룩진 지구라는, ‘우리가 자초한 현실’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시각적으로 얼마나 생생하게 우주를 그려냈는지‘에 의문을 던지기 이전에 인간의 잘못된 가치관으로 도래한 훗날 지구는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인권 위에 자본이 군림하는 삶이 얼마나 비극적인지를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UTS 시민 단지는 낙원인가? 그렇지 않다. 아직도 인류의 95%는 살아갈 수 없는 척박한 지구에서 살아간다. 인류의 희망이 ’도로시‘라는 한 존재로 귀결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목숨을 건 ’노동비자‘를 쟁취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떤 다짐이 필요할까. 손쉽게 ’우주‘를 관찰하고 상상할 수 있는 지금, <승리호>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교훈은 무엇이었을까. 언젠간 도래할 우리의 미래에 대해 경각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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