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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Jul 17. 2021

최초의 우주비행 생명체가 인간이 아니라고요?

냉전체제와 우주산업의 상관관계

[출처] 위키피디아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벌거벗은 세계사>의 냉전시대 에피소드를 시청하면서, 깊은 충격과 먹먹한 감정에 빠졌다. 이념이라는 게 뭘까. 대체 누굴 위해 만든 체제고, 이게 무엇을 의미하며, 우리 인간들은 왜 보이지도 않는 '이념'이라는 시스템 속에 갇혀 서로를 죽이고 수천만명의 무고한 희생을 야기했는가.



오늘날 화두인 우주산업의 태초가, 결국 '핵'에서 비롯됐음을 알고 꽤나 충격을 받았다.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나간다는 화려한 미션 아래, 참담한 역사가 뿌리 했음을 어렴풋이 알아차리게 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부터 형성된 미국과 소련을 필두로 한 냉전체제, 베를린 분할, 그리고 냉전시대 속 첫 열전이었던 한국전쟁, 수소폭탄이 개발되고 첫 인공위성이 발사되기까지. 이 '인공위성'이 불러온 오늘날의 우주전쟁의 모습은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필연적인 결과들을 만들고 있었다. 



최초로 우주비행은 한 생명체는 인간이 아닌, 개였다. (그 당시 소련은 개, 미국은 인간과 가장 비슷한 생명체라고 여겨지는 영장류로 우주비행 실험을 강행했다) 그의 이름은, 오늘날 유명한 카메라 브랜드의 이름이기도 한 '라이카'다. 그는 옛 소련, 모스크바의 길거리를 돌아다니던 떠돌이 개였고, 연구자에 눈에 띄어 그 뒤로 연구소에 들어가 우주비행 훈련을 받게 되었다. 후에 밝혀진 내용이지만, 소련의 항공의학연구소는 사람과 함께 사는 개들보다 길거리에 떠돌며 사는 개들이 극한의 상황에 처했을 때 좀 더 생명력이 존속될 것이라고 판단했고, 그 결과 길거리에 떠도는 하나의 생명을 연구소로 잡아들였다. 



1957년 11월, 카자흐스탄 우주기지에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가 발사됐다. 최초의 무인 인공위선인 스푸트니크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시킨 지 1달 만이었다. 당시 생명체를 태운 첫 인공위성이 발사됐을 때, BBC는 최초의 우주여행을 이렇게 전했다. 




스푸트니크 2호는 지구 약 1500km 상공에서
초속 8km의 속도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약 1시간 42분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돈다. 
당국의 공식적인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소련은 라이카를 지구에 귀환시킬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라이카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돌아오지 못했다. 그 당시 소련이 개발한 인공위성은 궤도 재돌입이 어려운 '편도선'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몇 년이 지난 후, 소련은 스푸트니크 2호가 왕복선이 아닌 편도선이라고 밝혔고, 안락사로 그를 보내준 것이 아닌, 우주선에서 온도조절 장치의 결함으로 인한 과열 및 스트레스로 인해 발사 4일 뒤에 그가 사망했음을 전했다. 



인공위성을 띄웠다는 건, 결국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capacity를 달성했다는 것과 동일했다. 소련은 이제 장거리 폭격기가 없어도, 폭탄을 날릴 수 있는 기술을 가졌음을 의미했고, 이로써 한순간에 미국과 소련의 핵 우위가 뒤바뀔 수밖에 없었던 것. 그렇게 소련의 우주탐사 기록에 위협을 느낀 미국은 1958년, 우리에게 친숙한 NASA라는 기구를 출범시켰다. 



NASA의 비전은 'To discover and expand knowledge for the benefit of humanity."라고 나와있다. For the Benefit of Humanity. 인류의 이익이라. 무엇을 위한 이익일까. NASA가 인류에 갖다 준 축복과 엄청난 발전을 이끌어냈다는 점에도 동의하지만, 이들의 출범 동기도 결국 철저하고도 잔인한 이익관계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마주하니 불편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현재 가장 강력한 수소폭탄으로 알려져 있는 황제폭탄인 차르봄바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폭탄의 3,333배의 위력을 가졌다고 한다. 이 또한 무엇을 위한 핵개발이었을까. <사피엔스>에서는 사피엔스가 가진 다른 생명체와 구별되는 특징을 '허구를 생각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실체가 없는 권력과 이익에 눈이 먼 인간들은 결국 인류 멸망의 가능성에 '수소폭탄'이라는 자멸의 경우의 수를 하나 더 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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