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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Jan 09. 2022

스케이트보더들을 위한 신발, 반스(Vans)

보더들이 직접 만든 스니커의 디테일

최근 새로운 취미를 위해 스케이트보드를 구매했다. 유튜브를 통해 입문 기술을 찾아보던 중, GQ Korea에서 발행한 반스 관련 콘텐츠를 접했다. 반스의 스테디셀러이기도 한 스케이트보드화 리뷰 영상이었는데, 이를 통해 스니커 하나하나에 보더들을 위한 디테일들이 여럿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스케이트보더들을 위해 탄생한 신발’이라는 형용사를 지니고 있을 만큼 반스가 추구하는 스니커의 방향성은 명확했다. 






1970년대 미국 반항 문화의 정신적 지주, 반스     

[출처] 반스(Vans)

1966년 캘리포니아의 남부 도시 애너하임에서 스니커즈 브랜드로 시작한 반스는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패션 브랜드다. 창립자 폴 반 도런(Paul Van Doren)은 세 명의 동업자와 함께 <반 도렌 러버 컴퍼니(Van Doren Rubber Company)>라는 이름의 작은 가게를 열었고, 이 가게가 바로 반스의 전신이다.     


반스는 1970년대 미국 10대들의 반항 문화와 맥락을 같이 하며 유명세에 오르게 된다. 1960년대 말과 1970년대를 맞으며 미국은 인권 운동 및 베트남 전쟁의 강제 징집으로 청소년들의 큰 반항이 태동하는데, 이때 반스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청소년들의 정서와 맞아 떨어지며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반스 매장이 있던 도시는 서퍼들의 장소로도 워낙 유명했는데, 당시 파도가 없어 서핑하기를 어려워했던 서퍼들의 차선책으로 스케이트보드가 새로운 문화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스케이트보드를 잘 타는 사람들을 보면 “Did you see that guy get off the wall?”이라며 탄성을 질렀다고 하는데, 이러한 영향을 받아 반스의 슬로건도 ‘Off the wall’이 되었다. ‘Off the wall’은 말 그대로 ‘벽을 뛰어넘는다’라는 의미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자’라는 뜻을 담고 있어 당시 비주류 문화로부터 많은 환호를 받았다.    

  

반스의 스케이트보드화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보더들의 피드백을 받는 걸 넘어 이들을 직접 제작 과정에 참여시켰기 때문이다. 이들과의 협업으로 세상에 탄생시킨 반스만의 디테일 중 가장 잘 알려진 요소로는 와플솔(Waffesole), 듀라캡(Duracap) 그리고 팝쿠시(Popcush)가 있다.      



독보적인 검 러버 소재의 아웃솔와플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와플 모양 같지만 유연한 부분과 단단한 부분을 구분해 제작된 아웃솔은 스케이트보드의 데크에 닿는 밀착감은 높였을 뿐만 아니라 견고한 육각형 모양으로 제작해 갈라짐을 최소화했다. 아웃솔은 쉽게 말해 신발이 직접적으로 바닥과 닿는 부분으로, 미끄럼 방지 및 충격 흡수와 같은 역할을 한다. 스케이터들이 신발을 신어도 보드의 감촉을 느낄 수 있도록 얇게 만들었지만, 기술을 통해 내구성을 더욱 견고히 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마음껏 보드를 연습할 수 있도록듀라캡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신발과 보드 사이에 마찰이 가장 잦은 지점이 있다. 알리, 킥플립과 같이 많은 스케이터가 연마하는 기술은 운동화의 내구성을 특히나 필요로 한다. 반스는 발등 쪽이 자주 쓸려 신발이 자주 손상되는 이들의 불편함에 착안해 마모가 잦은 위치에 듀라캡이라는 강화 고무 레이어를 더해 내구성을 크게 높였다.      


보더들의 피로도를 줄이는팝쿠시

스케이터라면 뛰고 걷고 넘어지는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므로 스니커의 인솔 쿠셔닝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반스는 팝쿠시라는 특허를 출원했을 정도로 스케이터에게 최상의 쿠션감과 완충 효과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스케이트보드화 라인 중 칭송받는 반스만의 팝쿠시 쿠셔닝은 에너지 회복성 풋베드가 발을 보호하는 동시에 장시간 보딩을 한 뒤에도 다리의 피로감을 덜 느끼게 해준다.      






그렇다면 반스의 디테일이 담긴 스케이트보드화에는 어떤 모델들이 있을까. 반스에는 스케이트보드 퍼포먼스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스케이트 클래식 라인’이라는 시리즈가 있다. 클래식한 디자인은 고수하되 스케이트보드에 특화된 기능적인 부분들을 추가하며 탄탄한 팬덤을 이끌었다. 시중에 여러 개가 나와 있지만, 그중 대표 라인으로 잘 알려진 에라, 올드스쿨 그리고 하프캡에 대해 정리했다.     



반스 최초의 스케이트보드화에라(Era)

[출처] 반스(Vans)

반스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스케이트보드화 라인 에라는 실제 오랫동안 스케이트보드를 타온 프로들의 피드백을 받아 기존 어센틱을 개선해 만든 모델이다. 어센틱이 반스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신발이라면, 에라는 전적으로 유명 스케이터들의 의견을 수렴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과 협업해 직접 디자인했던 모델이기도 하다.      


기존 어센틱의 디자인에서 발목 부분을 개선해 편안한 스케이트보딩을 위한 장치를 두었으며, 힐탭(Heeltap)에 두꺼운 가죽을 덧대 보더들이 뒤꿈치를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어센틱보다 토박스(Toebox)를 길고 날렵하게 뺌과 동시에 단단한 덕 컨버스 소재를 사용했으며, 쿠션감과 발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는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된 아치 서포트도 인솔(Insole)에 각각 더했다.      



반스의 스테디셀러올드스쿨(Oldskool)

[출처] dailybruin.com

1977년에 처음 출시된 올드스쿨은 반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재즈 스트라이프(Jazz stripe)’가 최초로 도입된 신발인 만큼 ‘반스’ 하면 가장 떠오르는 모델이다. 하지만 기본 라인과 스케이트보드 라인 사이에 다른 점이 몇 가지가 있다. 리뉴얼되며 미드솔이 높아지면서 보다 내구성을 높였으며, 스케이터들이 관절이나 근육에 덜 무리가 갈 수 있도록 쿠셔닝에 집중했다.      


그뿐만 아니라 운동의 특성상 텅(Tongue)이 잘 돌아가는데, 이를 보완해 안 돌아가게 잡아주는 밴딩 기능도 추가됐다. 실제로 이 부분은 얇게 제작하거나 옆으로 돌아가면 데크에 발목을 맞을 때 충격이 세게 올 수 있을 만큼 스케이터들의 발목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었기에 스케이트보드를 직접 타본 프로들이 고안했다는 후기를 받을 정도로 꽤 괜찮은 모델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하프캡(Half-cab)

[출처] 반스(vans)

하프캡은 실제 스케이터들의 행동 패턴을 기반으로 세상에 탄생한 모델이었다. 1992년, 스케이터들이 가위와 테이프를 이용해 보더화를 커스터마이징했던 유행과도 같은 문화가 생겨났다.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편한 신발을 만들기 위해 여러 스케이터들은 스니커의 어퍼 부분을 반으로 자르게 된다.      


더 나은 퍼포먼스를 위해 여러 스케이터는 고민 끝에 신발을 잘라낸 사실을 반스는 빠르게 알아채는 데 성공했다. 기존 하이톱의 단점인 자유로운 움직임을 막는 요소를 보완했을 뿐만 아니라 몰딩 처리된 힐탭(Heeltap), 고정형 텅(Tongue) 스트랩, 새로운 컷의 듀라캡(Duracap)으로 스케이터가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의 내구성과 통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스는 스케이트 클래식 라인을 새롭게 런칭하며 텅(Tongue)에 새겨진 기존 메시지를 ‘세계 최고의 스케이트보딩 슈즈(World’s No.1 Skateboarding Shoe)’라는 문구로 교체했다.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부하는 이들의 자신감은 스케이터들과 호흡을 함께 하며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디테일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역사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전 세계 다양한 스케이트보드 커뮤니티를 이끌며 창조적인 자기표현을 이어나가는 반스의 앞으로의 행보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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