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파도타기

파도타기

거짓된 기억

by JONGREE
사건을 경험할 때 우리는 기억을 그냥 저장하고, 나중에 어떤 계기에 의해 저장해놓은 기억을 읽는다. 이때 회상이나 재인식을 하는 동시에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그 사건을 재구성한다. 그래서 그 사건에 대한 실제 기억은 물론 그 사건 이후의 정보가 모두 사건을 재구성하는 데 사용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정보가 통합되어 특정한 세부사항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자신도 모르게 된다. 기억이 하나로 통합되어버린 것이다.



어쩌면 그런 것 같다. 내 옛사랑의 기억들은 이미 모두 재구성되어 있는 것 같다. 하나의 사건에 대해 니랑 내랑 두 가지의 이야기가 존재하는 게 사랑이라는 건데 그 두 개의 이야기 사이에 간극이 조금 큰 것 같다. 서로 기억하고 있는 날짜가 다르더라. 나는 좋았던 날들을 생각하고 있다면 니는 나빴던 날들을 기억하고 있더라. 니 이야기를 들으니 참으로 나는 쓰레기구나 싶었다. 왜 그럴까? 왜 이렇게 우리의 기억은 다를까? 누가 그러더라고 나는 소설처럼 각색하는 것 같다고. 아무 일도 아닌 것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감정 기복이 생긴다고 표현은 안 하지만 표정이나 분위기에서 느껴진다고 말하더라.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다. 매번 힘들 때는 로맨스 영화를 보면서 달래니까 영화 같은 극적인 요소들이 내 기억을 재구성하는 게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든다.


그래 맞다. 내 기억은 거짓된 기억이다. 그 거짓된 기억으로 인해 미화된 나의 이야기는 삼류 로맨스 영화와 같았고 그 이야기의 주연들은 모두 미화된 모습으로 남아있다. 이제는 그 기억을 놓으려고 한다. 나의 이야기에 내가 취해서 나 혼자 떼를 쓰고 있는 것 같다. 질질 끌려가는 내 모습이 갑자기 비굴하고 안쓰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잠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잠시 그 기억을 지우려고 한다.


거짓된 기억으로 거짓된 모습으로 남아있으면 안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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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내랑 니는 기억하는 것이 다른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니 같은 사건도 다르게 받아들인다. 내가 받아들인 것은 그렇고, 니가 받아들인 것은 이런 것이니. 어찌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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