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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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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REE Sep 05. 2017

파도타기

달님

 옥탑방을 고집했다. 같은 금액에 비해서 훨씬 좁은 방이지만 그래도 옥상이 주는 공간은 남달랐기 때문이다. 옥탑에 한 번 살아본 사람은 알 것이다. 빨래를 할 때, 담배 피울 때, 친구들과 파티를 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을 때, 갑갑한 방에서 나오고 싶은데 어디 가야 할 곳이 없을 때 이 곳 옥상에서 모든 일이 일어난다. 참 이 공간이 뭐라고 그렇게 좋을까? 

 


 오늘 또 옥탑방의 좋은 점을 발견했다. 

아침 일찍부터 나가서 빈틈없이 알찬 시간을 보냈다. 다이어트 중이라서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고 헬스장을 다녀와서 더욱더 힘이 나지 않았다. 당도 떨어졌다. 그렇게 터덜터덜 계단 하나하나 올라가고 있었다. 아... 왜 이렇게 높은 건지 이럴 때는 조금 힘이 들지만 그래도 올라가야지 어쩌겠어... 그렇게 문을 열었다. 그 순간의 풍경은 모든 피로를 씻어 주었다. 

 혼자 외롭게 지내는 나에게 달님이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아주 환하게 나를 비춘다. 수많은 옥상 중에서 나는 달님과 눈을 마주친다. 그 순간이 왜 이렇게 서글픈지.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몽롱했다. 달빛은 차가웠지만 마음은 따듯했다. 날씨는 서글펐지만 마음은 따스했다. 내 방은 고요했지만 마음은 밝았다.


옥탑방에 살면 달과 친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참 달과 많은 기억을 나누고 있다. 20살의 붉은 달, 22살에 군대에서 보던 달, 24살에 한강에서 바라보던 달 그리고 오늘 바라본 달. 수많은 달 중에서 오늘의 달이 가장 따스했다. 아니 어쩌면 수많은 날 중에서 오늘의 내 마음이 가장 시려서 그랬던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니 글을 쓰는 지금 마음이 찌릿하다. 시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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